반얀트리호텔은 2010년 6월 개장 당시 ‘대한민국 상위 1% 클럽’을 표방했다. 도심형 6성급 리조트 호텔로, 1억 3000만 원이라는 회원권 가격과 ‘연예인이나 미혼은 받지 않는다’는 까다로운 입회심사, 최고급 시설 등으로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개장과 동시에 위기가 찾아왔다. 기대했던 만큼 회원권 분양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특급호텔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이유도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영향도 컸다. 실적부진에 경영도 흔들렸다.
시공업체에 공사대금도 상환하지 못하고 체납하게 됐다. 이에 쌍용건설은 담보권리를 근거로 처분 권한을 행사, 반얀트리호텔 매각작업에 착수했다. 문을 연 지 1년 6개월 만의 일이다. 반얀트리호텔이 매물로 나오자 국내 주요 그룹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현대그룹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호텔신라, 한화그룹, CJ그룹, 부영건설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말들도 나왔다.
치열한 경쟁 끝에 결국 반얀트리호텔은 현대그룹의 품에 안겼다. 지난 2012년 1월 16일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은 5개월여의 실사를 거친 후 2012년 6월 반얀트리호텔 최종 인수계약을 했다. 인수 가격은 1635억 원. 현대그룹은 반얀트리호텔 인수를 위해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네 계열사가 990억 원을 출자해 특수목적법인 현대엘엔알을 만들었다. 현재 현대엘앤알은 반얀트리호텔(법인명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그룹에 인수된 지 채 1년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지난 2013년 12월 반얀트리호텔은 또 다시 주인이 바뀔 기구한 운명에 처하게 됐다.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내놓으면서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등 금융계열사 3곳 등을 포함해 반얀트리호텔도 매각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번에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게 되면 반얀트리호텔은 불과 5년 사이에 쌍용건설, 현대그룹에 이어 또 다시 새 주인을 맞게 된다.
매물로 시장에 나온 반얀트리호텔. 구윤성 기자
현대그룹으로선 누가 인수자로 나서더라도 껄끄러울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범현대가, 특히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현대그룹 경영권에 위협적인 존재”라며 “현대중공업이 반얀트리호텔 인수에 참여한다면 불편한 관계에 묘한 신경전이 펼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작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된 기업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측은 이구동성으로 “반얀트리호텔에 인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호텔신라는 “지난 2011년 인수전에도 참여한 적이 없다”고까지 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아직 매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만큼 벌써부터 예측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지금 거론되고 있는 곳들도 항상 예측 가능한 범위의 기업들뿐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산업은행 인수합병부 관계자는 “조만간 실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인수가 가능한 기업들을 알아볼 예정”이라며 “여러 기업이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데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반얀트리호텔 매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격도 만만치 않은 데다, 인수를 하더라도 수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대그룹은 쌍용건설로부터 반얀트리호텔을 1635억 원에 인수했다. 따라서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그와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호텔레저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얀트리호텔은 회원제 리조트 호텔이다. 그럴 경우 회원권의 가치가 오르지는 않더라도 유지가 돼야 하는데, 시장 전반적 분위기가 회원권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거래도 쉽지 않다. 반얀트리호텔을 인수한다고 해도, 수익이 보장된다고 보기 힘들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매각 가격을 낮추지 않는 이상, 반얀트리호텔을 인수하려 나서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구심이 든다”고 귀띔했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2월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 의결에 따라 현대그룹은 3월부터 주채무계열에 편입됐다.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현대그룹에 대한 재무구조평가가 이뤄진다. 취약우려 그룹으로 평가되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해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를 받을 수도 있다. 현대그룹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유동성을 확보해야만 주채무계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