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이 한화그룹 모든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차남 김동원 씨는 한화 L&C에 입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시진공동취재단
김 씨의 혐의는 지난 2013년 5월 인천지검이 범현대가 3세인 정 아무개 씨(29)를 같은 혐의로 붙잡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당시 김 씨는 미국에 체류하고 있었기에 검찰은 귀국을 종용했을 뿐, 조사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기소중지 상태로 놓여 있던 김 씨가 자진 귀국해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사건을 담당했던 인천지검은 김 씨를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했다.
아들 김 씨가 인천지검에서 조사를 받던 때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기정)에서는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김승연 회장의 파기환송심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초미의 관심사는 김 회장의 집행유예 여부. 결국 지난 2월 6일 김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며 풀려났다. 2012년 8월 법정구속된 이후 1년 6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2주 후인 2월 19일 차남 김 씨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김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김 씨는 사실상 법적 멍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 모든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관련 회사에 취업할 경우에는 해당 회사는 업무가 제한된다. 특히 화학제조업을 하고 있는 한화와 한화케미칼의 경우 유죄가 확정된 인물이 임원으로 있을 경우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한화와 한화케미칼 외에도 김 회장은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차례로 사임했다.
이에 김 회장의 차남 김동원 씨가 한화L&C 평직원으로 입사한다는 소식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김 씨는 한화L&C로 들어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로 파견 근무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정식 입사 전부터 경영기획실 회의 등에 참석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지 2주 만이다. 지난해 11월 귀국부터 검찰 조사와 집행유예 선고, 한화그룹 입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돼, 귀국 당시부터 이미 모두 계산된 일정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차남 김동원 씨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로 파견 간다는 것은 아직 소문일 뿐, 입사해 발령이 나봐야 아는 것”이라며 “이전부터 경영기획실과 교류가 있긴 했지만, 공식적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씨가 예전에 디지털마케팅 일을 해와 이와 관련해 의견 교환만 있었던 듯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일이 다 지난 후 맞춰놓고 보니까 일이 계획된 것처럼 진행돼 보이지, 그때 당시에는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검찰이 상고를 할지 안 할지 미리 어떻게 알고 시점을 계산할 수 있었겠느냐”며 억울해 했다.
한편 김 씨에 앞서 형인 김동관 실장(31)은 지난 2010년 1월 (주)한화에 입사, 현재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을 맡아 그룹의 태양광 사업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