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위쪽)과 최태원 SK 회장은 구속 이후 정상적으로 이사회에 참석할 수 없었다. 등기임원직을 일찌감치 사임하거나 최소한 보수는 받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 2012년 8월 구속된 이후에도 김승연 한화 회장은 (주)한화, 한화캐피탈, 한화엘앤씨, 한화갤러리아, 한화건설, 5개 계열사에서 최소 83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각 사 등기임원 1인당 평균지급액을 기준으로 한 금액. 김 회장의 지위를 고려하면 실제 수령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2012년 1월 말 구속된 최태원 SK 회장도 이후 (주)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C&C, 4개 계열사에서 최소 115억 원을 보수로 받았다. 최 회장 역시 대표이사 회장이라는 지위를 고려하면 다른 등기임원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았을 것이다.
이들 그룹 측은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데 회사를 그만두면 마치 죄를 인정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었다”면서 “결국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온 후에는 등기이사직을 사퇴하지 않았느냐”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구속 이후 이들은 이사회에 정상적으로 참석할 수 없었다. 구속상태이거나 신병치료를 위해 구속정지 중이었기 때문이다. 등기임원직은 일찌감치 사임하거나, 최소한 보수는 받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통상 공직자들의 경우 구속 수감되면 소속 조직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판결 결과에 따라 징계하기 위해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않은 채 보직해임이나 대기발령 등의 조치를 취한다.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가 인정된 만큼 등기이사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도 분명해졌다. 다른 주주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지급된 보수가 회사 측에는 손실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실제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정하고 있다. 또 동법 제399조 1항에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 한 경우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는 규정도 있다.
익명의 한 법률 전문가는 “법정구속으로 정상적인 이사회 활동이 불가했고,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유죄가 확정됐다면 구속기간 중에 회사로부터 등기임원보수를 수령한 것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도 있다”며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다는 상법 제403조 주주의 대표소송 조항이 적용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미 지급된 보수 외에 앞으로 지급될 퇴직금도 관심 사안이다. 최 회장은 등기임원은 물론 회장직까지 내놓아 퇴직금을 받을 확률이 아주 높다. 김 회장도 그룹회장직은 유지하겠지만 몇몇 계열사에서는 퇴직할 가능성이 있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던 SK하이닉스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임원퇴직규정을 SK그룹 기준으로 바꾼다. 신설되는 조항 제4조는 퇴직금 산정방법이다. 재임 중 회사의 발전에 그 공로가 지대한 임원이나 사망, 기타 특수한 사유로 퇴임하는 임원에 대해 대표이사가 규정에 의해 정해진 퇴직금 상당액 이내에서 퇴직금을 가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등 윤리경영 방침을 위반하여 해임 또는 사임하는 임원의 경우, 대표이사는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고려하여 퇴직금을 감액할 수도 있다는 조항도 있다. 최 회장과 김 회장 모두 회사에 손해를 끼친 횡령배임으로 형이 최종 확정됐다. SK와 한화그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