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매장 내부. 대형 유통업체들이 판매장려금을 안받는 대신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협력업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요신문 DB
공정위 지침이 마련된 후 대형 유통업체들은 “영업이익률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속속 판매장려금 폐지 입장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홈플러스가 지난 1월 “연간 거래금액이 50억 원 이하 중소 식품협력사는 기본 장려금은 물론 허용된 장려금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롯데마트도 “4월 1일부터 매출 하위 200여 중소 협력사에 대해 모든 장려금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앞의 두 업체보다 더 나아가 “300여 중소 협력사를 동반성장협력회사로 지정, 이들에 대해 판매장려금을 완전히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판매장려금 폐지는 영업이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영업이익에서 판매장려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왔기 때문이다. 앞의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영업이익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영업마케팅 활동에 더 힘을 쏟아 영업이익률 하락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전경.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심지어 판매장려금을 되레 인상하라고 요구한 업체도 있다는 것이 협력업체들의 말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최근 판매장려금을 지난해보다 올려달라고 했다”며 “지난해도 전년보다 인상했는데 올해 또 3% 인상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들에게는 공정위의 판매장려금 금지 지침도 소용없는 셈이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올해 점포 수를 확대할 계획인데 점포 개점 비용 중 일부를 협력업체들로부터 받은 판매장려금으로 충당하려 한다는 게 협력업체들의 얘기다.
앞서의 식품업체 관계자는 “에브리데이 직원이 직접 그렇게 말했다”며 “점포가 늘어나면 늘수록 너희(협력납품업체) 매출도 오르는 것이니 좋은 것 아니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마트 에브리데이 관계자는 “올해 직영점 확장 계획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점포 수와 지역에 대한 것 등 구체적인 계획을 잡은 것은 아니다”라며 “공정위가 지정한 장려금 외에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부인했다.
금지된 판매장려금 대신 다른 방식으로 협력업체에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애써 부인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주로 식품업체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아는데 식품 소비자가격은 계속 올리면서 판매장려금 등 자기들이 부담하는 비용만 줄이겠다면 욕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이 같은 판매장려금 보전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였다. 협력납품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미 대형 유통업체가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요구할 것이 빤하다고 소문나 있었던 상태다. 공정위 역시 지난 10월 지침을 제정하면서 이 같은 현상을 우려해 특별서면실태조사, 옴부즈맨 모니터링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업체에 직권조사까지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재계약 시즌이어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지는 않고 있다”며 “재계약이 모두 끝나는 4월이 지나면 본격 실태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