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노태우씨의 와병설이 다시 퍼지고 있다. 그 는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 당시 에도 퍼졌던 와병설을 무색하게 했다. | ||
때마침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거의 매주 찾았던 서울 양재동의 한 테니스장 출입도 최근 두어 달 동안 뚝 끊어 그의 와병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 전립선 치료를 위해 미국을 다녀온 이후 연희동 주변에서는 중병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당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진 노 전 대통령은 이후 테니스와 골프 등 평소 즐기던 운동을 재개하면서 한동안 이 소문은 사그라들었다.
특히 그는 지난 2월 말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장에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그의 중병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노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가 정가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평소 지병인 전립선암이 재발됐다는 구체적인 병명까지 떠돌았다.
그러던 중 최근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지인으로부터 “각하가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하는데, 걱정이다”라는 우려의 말을 전해들었다. 자세한 내용을 묻자 그는 “최근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말만 들었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기자는 소문의 실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이 자주 운동을 다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의 한 테니스장을 찾았다. 그 곳 관계자들을 통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테니스를 치곤 했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최근 약 두 달 정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테니스 코치로 알려진 최부길씨는 “요즘 몸이 썩 좋지 않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낙 운동신경이 뛰어난 분이셨는데, 최근 들어서는 체력이 많이 떨어지신 게 확연하게 느껴진다”며 “확실히 예전같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걱정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4월 (주)SK 회장인 사위 최태원씨의 구속 이후 눈에 띄게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다는 것. 테니스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도 “최근 만났을 때 (노 전 대통령이)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 노태우씨는 자주 찾던 양재동 테니스코트에도 나 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 99년 <일요 신문>이 단독으로 촬영한 노태우씨의 테니스 경 기 모습. | ||
그는 “설마 내가 거짓말을 하겠나. 전립선 치료도 다 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르신의 건강에는 현재 아무 이상이 없으니 괜한 소문에 귀기울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노 전 대통령의 문동휘 비서관 역시 와병설에 대해 묻자 대뜸 “또 그 소리냐”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안 그래도 지난달 한 신문에 ‘노 전 대통령의 전립선암 악화’라는 기사가 나가서 담당 기자에게 엄중하게 항의한 바 있다”면서 “전직 대통령도 공인인데 담당의사의 확인도 없고, 객관적인 수치도 없이 그냥 소문만 갖고 그런 기사를 써서야 되느냐”고 항변했다.
문 비서관은 항간의 입원설에 대해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 요즘도 계속 통원 치료를 하시는 것은 사실이지만 입원을 한 적은 없다”며 “이 역시 일반적인 검사를 위함이지 상태가 악화되었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동안 운동을 좀 쉬기는 했지만 요즘은 다시 운동을 열심히 하신다”면서 “테니스도 요즘은 양재동이 아닌 남산에서 치신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비뇨기과 전문의 A박사는 와병설에 대해 “환자 개인의 프라이버시 상황을 물어서야 되겠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예전에 가끔 테니스를 함께 치긴 했으나, 최근엔 뵌 적이 없어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은 입장에서 함부로 말할 순 없다”고만 거듭 밝혔다. 주변에 따르면 A박사는 노 전 대통령의 전립선 치료에 많은 자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당초 건강 악화설을 언급했던 관계자는 “어르신을 모시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그런 말을 함부로 하겠느냐”면서 “서울의 어느 병원에 한 때 입원을 하셨고 얼마 전에 퇴원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에서 수술을 받은 것은 전립선암 치료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초기 전립선 비대증이었던 것이 조직에 이상이 생겨 암으로 발전했다는 것.
한편 비뇨기과 전문의 임일성 박사는 “전립선 비대증에서 전립선암으로 발달하는 경우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발견 시기가 초기냐 말기냐에 따라서 완치 가능성에 큰 차이가 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개 초기에 발견할 경우 수술을 통해 완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 암의 특징은 아주 서서히 나타나 나빠지므로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만약 조기 수술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발의 가능성이 높은 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