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지만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은 선거법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일요신문 DB
6월지방선거 후보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들이 20명을 넘어섰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지역마다 거의 1명 이상 현역 의원들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경기도지사 후보들이다.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역 의원들은 새누리당의 남경필 원유철 정병국 의원, 야권의 김진표 원혜영 의원이다.
그 외에 서울시장에는 정몽준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후보 활동을 시작했고 인천시장에는 유정복 의원, 부산시장에는 서병수 박민식 의원, 울산시장에 김기현 강길부 의원, 대구시장에 조원진 의원, 광주시장에 이용섭 의원, 전북지사에 유성엽 의원, 전남지사에 이낙연 주승용 김영록 의원, 제주지사에 김우남 의원, 대전시장에 박성효 의원, 충남지사에 이명수 홍문표 의원, 충북지사에 윤진식 의원이 출마선언을 했다. 이중 이낙연 의원은 전남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지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출마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지난 2월 21일부터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예비후보자 등록은 현역 정치인과 정치 신인 간의 경쟁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 선거운동기간 전에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일반 후보들은 예비후보자 등록을 한 이후부터 합법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법에 따라 여러 제약을 받기에 현역 의원들이 선거운동에 있어서 예비후보자들보다 활동이 자유롭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현역 의원들이 출마 선언과 함께 지역 활동과 당내 공천 경쟁을 시작했지만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예비후보자들과 다른 법적용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기에 의원들은 보통 공천을 통해 후보자로 결정될 때까지 직을 유지한 채 지방선거 활동에 돌입한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직 국회의원의 선거운동 특혜 문제는 계속 지적돼왔다”면서도 “하지만 의원들이 득이 되는 것을 굳이 내려놓으려하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좀 민감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예비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게 되면 합법적인 선거운동의 기회가 주어진다. 선관위에 등록한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소 1곳을 설치하고 해당 건물에 간판이나 현판, 현수막 등을 게시할 수 있고 선거 사무장을 포함해 선거별로 2~5인 이내의 선거사무원을 선임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을 홍보하는 내용이 담긴 명함을 유권자들에게 나눠주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가 합법화된다. 띠를 두르고 홍보 옷을 입는 등의 활동도 가능하고 예비후보자 홍보물도 발송할 수 있다.
또한 예비후보자는 집회를 열거나 사람들을 모을 수 없다. 예비후보자 홍보물은 선거구 안의 세대수의 100분의 10 이내에 해당하는 수만 배포할 수 있고 8면으로 제작하되 4면은 선거 공약이 담겨야 한다. 또한 예비후보자들은 회계 책임자 1명을 선임해 선거운동에 쓰이는 모든 수입과 지출을 선관위에 회계 보고해 공개해야 한다.
반면 의원들은 아직 후보자가 아니기에 선거법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대신 혜택도 없다.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국회의원들은 선거사무소를 가질 수 없고 현수막, 홍보 명함, 띠 두르기 등의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의원직을 사퇴하고 선관위에 후보로 등록하기 전까지는 선관위에 회계보고를 하거나 수입과 지출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또한 선거운동기간 여부와 관계없이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일찍부터 홍보 활동에 돌입해도 사전 선거운동으로 인식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의원들의 지역구 ‘의정활동’이 선거운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예비후보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길거리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것 정도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각종 정책 활동과 의정보고 등을 통해 자신을 홍보할 수 있다”며 “사전 선거운동은 물론 의원직을 유지하는 경선 기간 동안 후보로서 선거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자의 측근은 “행사 참여에 법적인 제한은 없지만 공공행사 같은 경우 주최 측에서 예비후보자는 선거활동이라는 이유로 잘 초대하지 않는다”며 “국회의원들은 출마 선언을 했어도 의원이라는 명분으로 참여하고 선거운동기간에 관계없이 문자를 보내거나 집회 활동을 해도 의정활동이라는 이유로 법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직 국회의원들도 지방선거 활동에 제약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 당일까지 의정보고활동을 할 수 없다. 또한 예비후보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선거 공약 홍보나 공식적인 선거운동 행위는 금지된다.
의원들도 공천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쉽사리 의원직을 버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영록 의원은 “공천을 통해 한 사람만 사퇴하면 되는 것인데 선거에 도전하는 의원들이 모두 사퇴를 하면 얼마나 많은 지역구가 비겠느냐. 그렇게 되면 다시 선거를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오히려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 띠도 두르고 본격적인 유세활동을 할 수 있어 현직 의원들보다 선거 활동이 더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