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은 주총 전까지 상호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하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있다. 임준선 기자
박삼구 회장이 이번에 사내이사로 선임된다면 4년 만에 아시아나항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을 통해 금호산업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대표이사에도 복귀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 복귀를 두고 사실상 박삼구 회장이 다시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 복귀에는 변수가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다름 아닌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다. 금호석유화학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 반대 의사를 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는 지분 30.08%(5868만 8063주)를 보유한 금호산업이고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는 박삼구 회장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역시 금호산업 지분을 13.2%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호산업은 워크아웃 직전인 지난 2009년 12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한 달 동안에만 2600억여 원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고, 그중 일부를 아시아나항공이 매입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에 상환하지 못한 CP 790억 원을 출자전환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의 주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서로의 주식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상호출자의 구조를 띠게 됐다. 최대주주가 상호출자에 해당되면 의결권을 제한받을 수 있고, 2대주주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는 지분 12.61%(2459만 3400주)를 보유한 금호석유화학이다.
따라서 박삼구 회장 측이 주총에서 최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금호산업의 주식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이 최대주주로 올라서 박삼구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반대 의사를 제기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선임이 큰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총 전까지 상호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설마 아무런 계획도 없이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 복귀를 준비했겠느냐. 박 회장 선임 안건을 의결시킬 전략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금호산업은 현재 워크아웃 중이라 제값에 팔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주총 전까지는 금호산업의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춰 상호출자 구조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금호산업 지분 3.2%에 대한 매각을 진행 중”이라며 “주총 전까지는 무조건 매각을 완료할 준비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아시아나항공 주총에서 금호산업의 의결권이 제한돼 최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 측에서는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추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금호석유화학은 12.61% 지분을 가진 2대주주로서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총이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어떻게 금호산업 지분을 ‘정리’할 수 있을까. 아시아나항공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그렇게 되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를 시도할 것이기 때문에 제값을 받고 팔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주식시장에 매물을 한꺼번에 내놓는다면 금호산업 주가가 폭락할 위험이 있다.
이래저래 아시아나항공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큰 손실이 발생한다면, 배임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매각 방식을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출자전환한 금액과 이번에 매각한 가격을 비교해봤을 때 차액이 크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매각이 쉽게 이뤄질 것이라 예측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올해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있고, 상승세가 예상되기에 조만간 매입 의사를 나타내는 곳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도 “아시아나항공이 손실을 피하면서 매각할 준비를 끝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호산업은 지난 2월 26일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주식 지분율을 13.20%에서 12.83%로 낮췄다.
한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상호출자 해소 방안 말고도 박삼구 회장의 경영 복귀 자체를 두고도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그룹 지배권을 회복하는데 있어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의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우리는 박삼구 회장에 대해서는 부실경영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며 “자신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주주가치 훼손의 이력이 있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에 복귀한다는데 우려가 앞선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최근 그룹 총수들이 연봉공개 및 경영책임 회피를 위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그러나 박삼구 회장은 이번에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경영 정상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등기임원에 복귀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