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모태기업인 현대건설이 정몽구 회장으로 주인이 바뀌어 10년여 만에 계동사옥 본관으로 ‘귀환’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처럼 최근 대기업 계열사들의 사옥 이동이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엔지니어링뿐만 아니라 코오롱글로벌과 GS건설도 지난해 사옥을 이전했다. 코오롱그룹 역시 포스코엔지니어링과 마찬가지로 건설계열사 코오롱글로벌과 수(水)처리업체 코오롱워터앤에너지를 함께 인천 송도에 입주시켰다. 코오롱글로벌이 코오롱워터앤에너지와 가까워지면서 상수도취수 시설공사 등 수처리 시설 건설에 효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GS건설도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중구 GS역전타워빌딩에서 종로구 청진동의 그랑서울빌딩으로 사옥을 옮겼다. 그랑서울에는 기존의 GS역전타워의 GS건설 직원들뿐만 아니라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의 플랜트본부와 발전환경사업본부 관련 인원들까지 모두 이전해왔다. 이렇듯 기업에서는 관련 업종의 계열사들을 같은 사옥에 이전시킴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부대우전자 사옥 이전이 그룹 내에서의 계열사의 위치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경우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 3월 2일 서울 중구의 나라키움 저동빌딩에서 대치동의 동부금융센터로 사옥을 이전했다. 지난해 2월 대우일렉트로닉스가 동부그룹에 인수된 지 1년여 만의 일이다. 동부금융센터는 김준기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동부화재, 동부제철 등 주력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본다면 동부대우전자 역시 동부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급부상한 셈이다.
실제 동부대우전자는 최근 그룹 내에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준기 회장이 지난해 11월 3조 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전자 분야의 한 축이었던 동부하이텍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그룹 내 전자분야의 무게 중심은 동부대우전자로 쏠릴 수밖에 없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대우전자는 그동안 세 들어 살고 있었다”면서 “대치동 동부금융센터 이전은 동부대우전자가 동부그룹의 일원이 됐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직원들의 소속감 고취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건설부문 계열사인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엠코의 서울 종로구 계동사옥 입성은 상징적인 측면이 강하다. 지상 14층에 지하 3층의 본관과 지상 8층 규모의 별관으로 이루어진 계동사옥은 현대가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지난 1983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마련한 현대가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옥에 그룹의 모태가 되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10년여 만에 재입성한 것이다.
GS건설은 관련 계열사들과 함께 종로구 청진동의 그랑서울빌딩으로 사옥을 이전했고(위) 동부대우전자는 동부그룹에 인수된 지 1년여 만에 대치동의 동부금융센터로 들어가게 됐다. 최준필 기자
현대건설은 지난 2001년 현대가 ‘왕자의 난’으로 인해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계동사옥 본관을 매각하고 별관으로 쫓겨나야 했다. 당시 매물로 나온 계동사옥 지분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사들였다. 그리고 13년 후, 현대건설이 계동사옥 본관으로 이전할 기회가 생겼다. 계동사옥 본관을 사용하고 있던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세종시로 이전함에 따라 공실이 생긴 것. 이에 현대건설은 지난 2월 계동사옥 본관으로 ‘귀환’했다. 그 사이 본관은 그 자리에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지만 다시 돌아온 현대건설의 주인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현대건설이 떠난 별관에는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이 들어오면서 현대건설과 동종 계열의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3일 서울 목동 사옥을 정리하고 계동사옥 별관으로 20년 만에 복귀했다.
오는 4월 1일 현대엔지니어링에 흡수합병되는 현대엠코도 계동사옥 본관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대가에서 현대건설이 갖는 상징성은 상당하다. 현대건설 인수 당시에도 정몽구 회장이 ‘정통성’을 강조했다”며 “계동사옥 본관 이전도 그런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 판매부문은 계동사옥을 떠나 강남으로 가 서울 대치동의 SK네트웍스 신사옥에 입주했다. 지난 1월 완공된 SK네트웍스 신사옥은 당초 SK네트웍스가 서울 시내 분산돼 있는 사옥을 통합해 들어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SK네트웍스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신사옥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 판매부문이 이전하게 된 것이다.
SK네트웍스 신사옥 주변에는 혼다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 등 수입차 회사의 본사가 몰려 있다. 이번 이전은 현대차가 수입차에 국내 시장을 뺏기지 않겠다는 공격적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