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등 동해연안 해양경찰관서에는 요즘 바다에서 선박 화재가 발생한 것 같다는 신고 전화를 심심찮게 받는다.
십중팔구가 멸치잡이 어선들에서 잡은 멸치를 삶을 때 발생하는 연기를 관광객들이나 주민들이 화재로 오인한 신고 전화다.
해경도 처음 신고 전화를 받았을 땐 긴급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를 제보해 오는 신고자들에게 도리어 상황을 되묻는 여유(?)가 생겼고 짐작대로 멸치 삶는 연기면 화재발생이 아니란 것을 설명한다는 게 포항해경 후포파출소 소속 한 경관의 귀띔이다.
멸치잡이에는 △그물을 미리 쳐놓고 걸려든 고기를 잡는 정치망 △한 척으로 그물을 끄는 유자망과 홀치기 △그리고 쌍끌이를 하는 권현망의 3가지가 있다.
최근 추세인 권현망은 쌍끌이를 하는 두 척의 본선과 멸치떼를 찾는 망선, 멸치를 삶고 임시로 바다에서 저장하는 가공선, 그리고 멸치를 육지로 실어 나르는 종선 등 선단을 구성해 조업에 나선다.
‘화재 발생’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의 배는 멸치를 삶는 가공선. 대개 횟감이 아니면 선도 유지를 위해 멸치를 즉석에서 삶는데, 가공선에는 이를 위해 커다란 솥을 걸어 놓고 물을 끓인다.
이때 사용하는 경유로 인해 시커먼 연기가 발생하게 되고 이를 지켜 본 사람들이 배에 불이 난 것으로 오인하게 되는 것.
쌍끌이를 하는 본선이나 삶아 놓은 고기를 운반하는 종선 등이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는 가공선으로 몰려가는 장면은 화재가 발생한 배에 탄 선원들을 구조하러 가는 것으로 오인하기가 십상인 장면.
후포해경 최덕현 경장은 “이러한 오인은 외지 관광객은 물론 멸치잡이 방식을 모르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빈번이 일어나는 해프닝”이라면서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 주민들의 신고정신은 정말 필요하다”고 했다.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