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숭례문은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3년 보물 1호로 지정됐다가 해방 후 정부가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면서 그대로 국보 1호로 지정됐다. 일제가 숭례문을 보물 1호로 지정한 이유도 ‘가치에 따른 것’이 아닌 ‘편의성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면서 숭례문의 국보 1호 지위에 대한 논란이 불붙었다.
두 번째 논란은 노무현 정권 때 제기됐다. 2005년 감사원까지 직접 나서서 문화재청에 국보 1호 교체를 권고한 것이다. 이에 문화재청 내부에서는 숭례문의 국보 1호 지위를 두고 논쟁이 일었다.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숭례문이 국보 1호의 대표성과 상징성을 갖고 있지 않다”며 국보 1호 변경에 찬성했지만, 문화재위원회에서는 국보 1호 교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당시 문화재위원장을 맡았던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보 1호는 문화유산의 중요성이 아니라 서울, 경기 지역부터 차례대로 지정해온 원칙에 따라 된 것”이라며 “국보 1호를 교체할 경우 초래할 사회적 혼란도 고려해 당시 지위 유지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후 잠잠했던 국보 1호 논의는 2008년 이명박 정권 때 다시 거론됐다. 숭례문 화재가 발생하기 한 달 전 문화재청이 “국보와 보물에 한해 일련번호를 없애는 방향으로 문화재 등급, 분류체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전에 거론됐던 ‘국보 1호 교체론’을 넘어 ‘관리번호 해제론’이 처음 제기된 셈. 하지만 한 달 후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문화재 등급, 분류체계 개선 방안은 유야무야됐다. 한 문화재계 인사는 “그동안 끊임없이 국보 1호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지만 공론화되지는 못했다.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라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회에 관리번호를 아예 해제하자는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다.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전 세계에서 국보에 번호를 매기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북한 밖에 없다”며 “차라리 국보 숭례문, 국보 경복궁, 국보 원각사지 등으로 부르는 게 낫다”라고 전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렵고 장기적으로 논의할 필요는 있겠다고 정리가 된 셈”이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