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측은 현정은 회장의 고강도 구조조정 지시설과 관련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현대그룹
한신평은 “자구책을 낸 현대상선의 핵심사업 매각이 이뤄지면 재무비율이 일정 수준 좋아지고 유동성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업안정성과 영업경쟁력이 나빠질 수 있다”며 “차입금 상환부담이 과중한 가운데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 재무위험이 커졌다. 영업손실과 금융비용 부담에 따른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해운산업의 불황으로 전망도 밝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397%에 육박하며 부분 자본잠식에 들어갔다. 오는 3월과 4월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및 용선료 등도 5000억여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현대상선은 일단 1400억여 원의 회사채 상환은 회사채신속인수제를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올해 상반기 돌아오는 차입금을 막기 위해 2000억~3000억 원 규모의 브리지론을 신청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또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에 대해 임원들에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했다는 말도 전해졌다.
먼저 3000억 원 규모의 브리지론 신청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산업은행이 일시적 자금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산업은행 쪽에서 나온 것 같다. 차입금 상환과, 자구책을 통해 확보한 자금의 조달 과정에서 생길지도 모를, 일시적 자금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브리지론을 생각할 수도 있다”며 “브리지론은 상황을 두고 봐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에서는 4월 중으로 현대상선에 대해 브리지론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주식을 매각할 때까지 2000억 원의 브리지론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대그룹은 브리지론과 달리 현 회장의 구조조정 지시에 대해선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 구조조정은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임원진이 교체되고,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조금씩 실시되고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 회장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익명의 현대그룹 관계자 역시 구조조정에 관한 얘기는 돌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계획은 지난 1월에 나왔다. 그러나 당시에 구조조정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약 구조조정 얘기가 다시 나왔다면 현대상선의 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 최근 현대상선의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현대그룹에서는 한신평의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해운업계는 선박을 건조하는 것 자체가 부채로 잡힌다. 이런 부채는 위험한 단기성이라기보다는 장기성 부채다. 따라서 부채비율이 1000%를 넘었다고 다른 업종과 같이 위기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구계획 3조 3000억 원 중 이미 1조 5000억 원 규모를 마련했다. 한신평 평가에서는 LNG선 사업부문 매각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적고 있지만, 그 부분은 상당부분 매각이 완료돼 자금이 들어오는 일만 남았다. 이런 점은 보고서에 반영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도 “현대상선의 한신평 신용등급이 한번에 3등급이나 떨어졌다. 너무 과한 면은 있는 것 같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는 1등급만 낮췄다. 평가사에서 자료를 보고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신용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해운업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해운업종의 부채비율이 늘어나자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평가에도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는 모습도 보였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3일 현대상선에 대한 기업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1단계 낮췄다. 그러나 추가 등급 하향 검토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