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12월 검찰 출두 당시의 진승현씨 모습. 지금은 70kg도 안될 정도로 야위었다고 한다. | ||
진씨는 열린금고 등에서 2천억원대의 불법대출을 받아 리젠트증권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형을 확정받았다. 수감생활을 하던 도중 뇌종양 진단을 받고 지난 5월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서울 S병원에 입원, 한 차례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병세가 악화돼 형집행정지 기간이 다시 연장된 상태다.
현재 진씨를 둘러싸고 떠도는 소문은 크게 두 가지. 병상에만 누워 있어야 할 중환자인 그가 강남 일대를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 그 중 하나. 이 소문은 검찰의 귀에도 들어갔고, 급기야 이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 직원들이 진씨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며칠 동안 잠복근무까지 서는 등 부산을 떨었던 것.
하지만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확인한 소문의 진상은 이랬다. 강남 일대에 출몰한다고 소문났던 ‘가짜 진씨’는 다름 아닌 K건설 사장의 아들. 진씨와 얼굴 생김새가 매우 흡사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진씨로 착각했고, 그런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또 다른 소문은 지난 9월부터 나돌기 시작한 ‘진승현 재기설’. 진씨의 대리인임을 자칭하는 2∼3명의 남자들이 강남 일대 투자회사를 찾아다니면서 “진승현씨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고 다닌다는 것. 그들은 구체적으로 진씨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모 빌딩에 입주한 바이오 벤처기업에 자본금을 댄 실질적인 오너라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현재는 진씨가 형집행정지 상태지만, 머지않아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이고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되면 본격적으로 재기에 나설 것”이라는 그럴듯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문도 수사기관의 정보망에 포착됐고, 현재 검찰이 진상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과연 소문의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신문>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진씨가 입원해 있는 S병원을 찾았다. 지난 3일 오후, 진씨가 입원한 S병원은 공휴일(개천절)이어서 한산했다. 그가 입원한 병실문에는 ‘면회 사절’이라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으나, 환자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병원측에 진씨의 병실을 전화로 문의했으나 “환자의 요청으로 병실을 알려줄 수 없다”고 확인을 거부했다. 그만큼 진씨는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기자가 병실을 찾았을 때 진씨의 후배가 진씨를 지키고 있었고, 진씨는 잠을 자고 있었다. 진씨의 후배에게 “진씨를 둘러싼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왔다”고 하자, 그는 “잠시 기다려라”며 진씨와 상의했고, 잠시 후 진씨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진씨는 지난해 7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이후 처음 언론과 만난 것이다. 진씨는 침대에 누운 채로 인터뷰에 응했으며, 얼굴은 매우 창백했다. 인터뷰 내내 목소리에는 힘이 없어 ‘중환자’의 모습이 역력했다. 진씨 후배 말로는 “한때 진씨의 몸무게가 1백kg 정도였는데 지금은 70kg도 안 된다”고 했다. 진씨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는 성경책 몇 권이 놓여 있었고, 십자가도 한눈에 들어왔다.
다음은 진씨와 나눈 일문일답.
─벤처회사를 차렸다는 소문이 나고 있는데.
▲처음 듣는 얘기다. 난 지금 뇌종양보다 심한 악성종양이기 때문에 이달 말부터는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누워있는데 내가 무슨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는 얘기인가.
─바이오 벤처기업에 돈을 댔다고 하는데.
▲공적자금 문제로 검찰에선 내 재산에 대해 샅샅이 조사했다. (정·관계) 로비했다는 혐의 때문에 검찰에서 1년 이상 조사하지 않았나. 내가 돈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1만원짜리 하나까지 모두 수사했다. 난 투자할 여건도 몸도 마음도 없다. 터무니없는 소문이다. 사기꾼들이 그러고 다니는 모양인데 신빙성이 없는 소문이다. 그리고 누가 내 이름 팔고 다니는 사람들한테 투자하겠는가. 솔직히 말해 (내)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인데 무슨 사업을…. 병이 완치돼도 평생 사업할 생각은 없다. 우리나라에 아주 질렸다. 병 나으면 이민 가서 선교활동을 하고 싶다.
─서울구치소 수감 당시 함께 구속돼 있던 ‘패스21’ 윤태식 사장과 사업 구상을 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 얘기를 들었고, 그것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려는 생각도 했었다. 정말 불쾌했다.
─그러면 윤태식씨와 사업구상을 한 적이 없다는 말인가.
▲구치소에서 왔다갔다하면서 얼굴을 본 적은 있지만, 얘기를 나눈 적은 없다. 어디 그곳이 놀이터인가. 그런 얘기를 하게. 최태원 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 난 한 번도 최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 모두 ‘소설’이다. 내 담당 검사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소문 중에 사실보다 거짓이 훨씬 많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