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아리 청량리 등 서울의 대표 윤락가들이 불황 타개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사진은 미아리의 한 업소로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 ||
특히 윤락가의 대명사인 서울 미아리와 청량리 일대 텍사스촌의 위기감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다. 그동안 미아리, 청량리와 함께 ‘빅스리’로 꼽혀온 천호동 텍사스가 지역 재개발에 의해 자취를 감췄고 용산, 영등포 텍사스 등 서울의 대표적인 ‘홍등가’ 대부분이 악전 고투하는 상황 속에 그나마 이 두 지역이 명맥을 잇고 있다. 윤락가의 양축인 미아리와 청량리, 그들의 이유있는 변신 현장을 찾아본다.
국내 최대 윤락가로 군림하다 ‘관리 소홀’로 이미지를 구긴 미아리는 ‘제2의 재건’을 목표로 나름대로 총력전을 펴고 있다. 미아리 업소들이 고객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파격적인 가격 할인제를 도입하고 있는 점. 샐러리맨들이나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다면 이만한 것이 없다는 업소측의 주장이다.
업소끼리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이 아니기 때문에 ‘제도’라고 할 만큼 거창하진 않지만 화대 흥정시 최대한 ‘선택폭’를 제공, 주머니가 얇아진 손님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가격 할인은 대체로 네 가지 형태. 우선 단체 손님은 15∼20% 정도 할인해준다. 현재 미아리의 1인 기준 화대는 현금 7만원, 신용카드 8만원. 그러나 4인 이상이 문을 두들기면 눈치 빠른 ‘이모’(손님과 가격 흥정을 하는 업소 주인을 이르는 속칭)가 재빠르게 ‘V’자를 그려 보인다. ‘20% 다운’이라는 의미. 만약 4인이면 23만∼24만원으로 아가씨들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주는 “말만 잘하면 택시비도 빼준다”며 기자의 손목을 잡아 끌기도 했다.
단골 손님에게도 영락없이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이모’들과 두세 차례 안면을 익힌 사이라면 자연스레 1만∼2만원 할인은 기본. 1년 이상 꾸준히 연을 맺은 특급 단골이라면 무료 서비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할인 쿠폰까지 발행하는 업소도 있다. 겉으로는 업소명과 포주의 휴대폰 번호가 적힌 평범한 명함이지만 흥정 직전에는 쿠폰으로 그 쓰임새가 달라진다.
커피 전문점이나 비디오방처럼 쿠폰에 다녀간 횟수를 기록해주는 업소도 있다. 대체로 10회 방문시 한 번은 공짜로 ‘연애’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재미있는 것은 쿠폰에 도장 자국이 없다는 점. 대신 상대한 아가씨들이 ‘입술’ 도장을 찍어주며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짜릿한 추억을 맛보고자 하는 대학생들도 업주들이 가만히 놔둘 리 없다. 첫 경험에 굶주린 신입생이나 군입대를 앞둔 학생들에게도 파격적인 할인율이 적용된다. 일부 업소는 시간대에 따른 차등 요금제도 실시하고 있다. 번화가에서 멀어 손님들의 발걸음이 뜸한 일부 업소에서는 영업 개시 시간인 7시에서 9시 사이, 혹은 새벽 5시 이후에 업소를 찾으면 최대 40%까지 화대를 깎아주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 인하를 하지 않고도 호황을 누리는 중심 지역 업소측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서비스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특히 시간 제한을 풀어 손님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5분, 10분안에 끝내야 한다’는 아가씨들의 재촉은 사라졌고 과거 10분도 안돼 “시간 다 됐다”며 방문을 두들기던 ‘이모’들의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느긋하게 30∼40분 이상 즐기라’며 호의를 배풀기도 한다.
아가씨들의 연령층을 다원화시킨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각 업소들은 고소득을 노린 아가씨들이 대거 룸살롱과 단란주점으로 이동해 때아닌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윤락가를 첫 경험한다는 아가씨들을 전면에 배치, 입소문을 흘리면서 20대 초·중반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또한 40대 고객을 위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노련한 ‘베테랑’도 두세 명씩을 포진시켰다. 이들은 대부분 이혼녀라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반면 속칭 ‘588’로 불리는 청량리는 미아리와의 ‘차별화’를 내세워 손님을 끌고 있다. 가격 인하가 아닌 아가씨들의 빼어난 외모를 무기 삼아 손님 유치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
때문에 하룻밤 서비스에 현금 6만원으로 고정돼 있는 화대는 내리지 않고 있다. ‘미모의 여인과 하룻밤’을 평생 고대하는 남성들의 ‘태생적 본능’을 자극하면서도 싸구려 티를 내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업주들은 설명한다. 청량리 아가씨들의 ‘물’은 웬만한 모델이나 탤런트 뺨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청량리 마니아들의 공통된 평. 미아리 아가씨들조차 “우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할 정도로 청량리 업소에는 조각같은 외모와 몸매를 지닌 아가씨들이 많다.
특히 흰 한복만을 입는 미아리 아가씨들과는 달리 청량리 아가씨들은 최근 젊은 연예인들이 유행시킨 각종 화려한 복장에 야한 란제리를 결합시킨 독특한 의상 컨셉트로 뭇 남성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청량리 업소들은 아가씨들의 ‘수질’ 관리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가씨들을 데려 오면 바로 실전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성형 수술부터 시킨다고 한다. 눈, 코, 턱, 가슴은 물론이고 전신 지방 흡입 수술, 심지어 이쁜이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이효리 바람은 여기서도 거세다. 긴 노란 생머리며 처친 눈꼬리, 게다가 얼굴만한 링 모양의 귀고리까지, 제법 규모가 큰 업소에서는 이효리를 꼭 닮은 아가씨들을 한두 명씩은 마주칠 수 있다.
두 윤락가의 홍보전 역시 대단하다. 업소 앞에서 1∼2명의 이모들이 진을 치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업소 입구앞에서는 물론, 아르바이트식으로 고용된 젊은 3∼4명의 ‘로드 이모’들이 큰 길과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호객 행위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몇몇 업소에서는 일부 택시 기사들까지도 홍보요원으로 동원하고 있다. 이들은 “서비스 확실”이라는 애매한 멘트 대신 ‘맥주는 몇 병, 할인은 얼마’식의 구체적인 제안으로 손님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