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첫 번째 이유는, 대통령이 자신의 재신임만을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국가 안위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데 제정 의의를 두고 있는 헌법의 기본정신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신우철 영남대 교수(법학)는 “간접민주주의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직접민주주의 제도로서 국민투표를 헌법상 규정하고 있지만 그 범위는 아주 명확한 것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확대해석돼선 안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헌법정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신 교수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과 같은 목적으로 국민투표가 강행될 경우 집권자의 의도에 맞게 의제가 설정되는 등 국민들의 의사가 상당부분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헌법학자들도 대부분 신 교수와 비슷한 ‘위헌소지’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김효전 동아대 교수의 경우 “국민투표를 규정한 헌법 제72조를 통치행위와 관련, 확대해석할 경우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는 합헌적인 통치·정치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소속 강신옥 변호사는 “국가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의 문제를 자꾸 법적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제”라며 “재신임 투표 결단을 정치적 소신의 문제로 평가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국민투표 재신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우선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식으로는 대통령에 대한 신임 문제를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포함한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와 결부시키는 방식이 거론(10명 중 4명)돼 주목을 끌었다. 여기에는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 또한 국가안위와 관련된 사안으로 볼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실시한 부동산 대책, 해외파병문제, 노동문제 등 구체적인 정책과 측근 비리 등을 재신임 투표와 결부시킨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장영수 고려대 교수). 다만 이 경우에도 법적인 명문조항이 없는 상황이므로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사회적인 강제 방안도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민투표가 기정사실화될 경우, 법적인 문제를 최소화하고 투표 뒤 헌법을 파괴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선 이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문현 이화여대 교수는 “중요한 국가사안 등에 대해 여야 대립이 심해져 국정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경우 이를 국가적인 위기로 인정하여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나쁜 선례로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방안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연세대 전광석 교수는 “법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정책과 연계한 국민투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법을 왜곡하는 것으로 더 큰 위헌의 소지가 있다. 당장 국민투표 계획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에 하나 국민투표가 실시되더라도 재신임을 확정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서도 학자들은 상당한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의 경우를 차용, ‘국민의 50% 이상 투표에, 50% 이상 찬성’을 주장(10명 중 6명)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대 김효전 교수의 경우 “법적인 잣대를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문제인 만큼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75% 이상의 찬성은 얻어야 하며 만약 65% 이하의 찬성결과가 나온다면 문제가 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원로 헌법학자의 경우 “다른 법조항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전제하에 “최소한 전 국민의 3분의 2 투표에 투표수 3분의 2 이상 찬성은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쨌건 재신임 국민투표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는 데다 기준마저도 불명확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해도 현실적으로 70% 이상의 압도적인 재신임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50∼60% 정도로 나올 경우 국민투표 결과와 관련된 국론분열로 인해 투표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최용기 창원대 교수).
국민투표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한 국민들의 재신임 확인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방법없음”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현행법상 재직중인 대통령을 임기 중에 평가하는 법적인 규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 다만 몇몇 학자들은 법적 테두리가 아닌 정치적·도덕적 방법으로, 총선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진퇴를 결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총선결과에 따라 프랑스식 동거정부를 구성하는 등의 조치가 연계되면 안될 것이라는 데 많은 학자들은 의견을 같이했다(10명 중 5명). 위헌소지가 있으며 원활한 국정운영 또한 보장할 수 없다는 것.
노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들로부터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을 이미 선언한 상황.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은 없을까. 우선 헌법학자들은 위헌의 소지가 다분한 국민투표의 즉각적인 철회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현재의 정치적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통령의 적극적인 사과’와 함께 ‘국정쇄신’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성기노·한상진 기자
-
[단독] '김건희 풍자' 유튜버 고소대리…대통령실 출신 변호사, 변호사법 위반 논란
온라인 기사 ( 2024.12.10 15:22 )
-
그날 밤 출동 계엄군도 처벌받나…내란죄 처벌 적용 범위 살펴보니
온라인 기사 ( 2024.12.06 15:32 )
-
“도박장 개설 위한 수순 의혹” 60만 유튜버 BJ인범의 벅스코인 논란
온라인 기사 ( 2024.12.11 1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