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00억대 기독교박물관 부지 홍천군 국유지 편법 매입 정황 포착
- 홍재철 “전부 유언비어다. 좌파 세력이 나를 무너뜨리려 한다” 반박
[일요신문]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홍재철 한기총 회장은 지난 2월 14일 ‘대통령을 위한 기도회’를 준비하면서 국회의원 299명과 100대 대기업 대표들에게 사전 동의 없이 위촉장을 발송해 한 차례 구설수에 오른바 있다.
당시 한기총은 공문을 통해 “여야를 초월하여 (대통령을 위해) 기도해 드리는 것이 우리 국민의 도리요 의무”라며 “대통령님을 위한 기도회는 모든 국민의 절대적 의무이며 대통령님과 국가를 보위하는 국회의원들의 직무”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월 23일 청와대 민정팀에 홍 회장에 대한 ‘진정서’가 제출된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이 진정건은 청와대가 혜화경찰서에 이첩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진정서에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 과시 등 홍 회장의 불법 행위 사례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홍 회장이 박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며 한기총 대표회장직에 불법 당선 △강원도 홍천군수와 합의 후 국유지 수십만 평을 싼값에 구입 시도 △영구 연임을 위한 정관 개정 시도 △대통령을 위한 조찬기도회 명목으로 정재계 1000여 명에게 공문 발송 등이 진정서의 골자다.
만약 진정서에 적시된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한기총 회장이 부적절한 유착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같은 진정서 내용은 사실일까.
진정서에 따르면 홍 회장은 경북 경주시 소재(콩코드호텔) 전국 장로회 모임에서 당시 박근혜 의원이 피아노를 치고, 자신이 찬송가를 불렀던 동영상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및 한기총 행사 때마다 보여주며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과 홍 회장이 함께 찬송을 부르는 모습이 담긴 문제의 동영상은 실제로 존재할까.
이와 관련 홍 회장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영상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7년 전에 박 대통령이 반주를 하시고 같이 찬양한 적이 있다”며 영상의 존재는 시인했다. 다만 홍 회장은 “(해당 영상을) 행사 때 상영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기총 내부의 한 실무자는 2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홍 회장이 행사 때마다 그 영상을 틀라고 지시했다. 그 영상은 홍 회장이 담임을 맡고 있는 A 교회에서 제작됐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구체적으로 한기총의 이권을 취하려고 했다는 주장도 진정서에 담겨 있다. 진정서에는 “기독교 박물관을 지으려면 강원도 홍천군수와 합의해서 국유지 또는 도, 군, 부지 수십만 평을 싼값에 구입해 한다”며 “내가 당선 돼야 4000억 원 중 2000억 원은 교계에서 모금을 하고, 나머지 2000억 원은 ‘국가 지원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홍 회장이 주장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청와대 민정팀에 접수된 진정서 사본.
한기총이 홍천군에 보낸 공문서 사본.
실제로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기독교센트럴타운 설립 협조요청의 건(2013.12.04)’ 공문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시돼 있다. 한기총이 허필홍 군수에게 보낸 공문이다.
공문에 따르면 “한기총이 국유지를 매입함에 있어 산림청과의 직매매가 불가능하다. 귀 군에서 기독교센트럴파크(가칭) 설립부지에 해당하는 국유지를 산림청과 협력하여 매입하시고 차후 본 회가 그 부지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사업이 진행되기를 요청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에 기자가 홍 회장에게 ‘박 대통령과의 친분이 있어 홍천군 사업 건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는데 사실인가’라고 묻자 홍 회장은 “홍천군이랑 (사업)하는 게 박 대통령과 뭔 상관이 있느냐”며 굉장히 억울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홍 회장은 “마침 ‘홍천에 파크를 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여러 경로로 들어왔다. (홍천)군수님도 나오셔서 우리 지역에다 이런 걸 하면 너무 좋겠다고 하셔서…. 그 분들이 우리 보고 오라고 했다. 시간이 없어서 못 가다가 ‘한번 해 보자’해서 갔다”고 말했다.
한기총 내부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홍 회장은 허 군수로부터 홍천군 소유의 헬기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천군 측에 ‘홍천군이 산림청과 협력해 매입한 부지를 한기총에게 되 팔아달라’고 요청한 홍 회장 측이 오히려 귀빈 자격으로 홍천군을 방문한 셈이다.
또한 진정서에는 “홍 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자신이 연임해서 56사단 부지를 국방부로부터 불하받아 노숙자 쉼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처음에 우리가 노숙자 문제로 대통령에게 건의를 했다. 박 대통령께서는 ‘한기총에서 한 것이니까 좋은 일이다. 검토해보시오’라고 한 건데….(중략) 입법화가 안 돼서 유명무실화 됐다. 우리가 법을 어기고 밀어 부친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홍 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 내용도 진정서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진정서에는 “홍 회장은 입버릇처럼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본인(홍 회장)을 통일부 장관으로 적격이라고 하였다. 나이 때문에 문제라면서 금명간에 대통령 특사로 북한에 보낼지도 모른다”고 적시돼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홍 회장은 “전부 유언비어다. 나 역시 처음 듣는 소리다. 한기총 대표장까지 지낸 사람인 내가 통일부장관을 왜 하나. 그런 유언비어는 한기총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이다. 나는 평생을, 33년 동안 목회를 한 사람이다. 목사는 영원한 목사다. 장관을 왜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또한 홍 회장은 이같은 주장이 담긴 진정서가 청와대에 접수된 배경에 대해 “현재 한국교회가 두 쪽으로 쪼개진 상태다. ‘한교협’이란 게 생기고, 내가 한기총을 개혁시키려고 하니 좌파들이 나를 무너뜨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홍 회장이 진정서 내용을 반박하고 있는 가운데 진정서 내용의 진위 여부는 수사당국의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한기총 수장인 홍 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워 호가호위하려 했던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진정건을 둘러싼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