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양말 좀 벗어서 파시면 안 될까요?”
인천 서부서 검단지구대 임창만 경위(51)는 ‘양말변태’ 검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임 경위의 딸도 두 차례나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2012년 3월부터 2년 가까이 그를 추적했다. 관련 신고가 50여 건이 들어왔다. 범행 장소는 제각기 달랐다. 인천지역 공항철도 역 인근 전역에서 양말을 요구하고 다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윤 씨가 붙잡혔다. 윤 씨를 잡은 경찰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겉모습 어디로 보나 ‘변태성욕자’로는 보이지 않았던 것. 윤 씨는 수사관의 눈조차 제대로 마주보지 못 할 정도로 숫기가 없었다.
그런 그가 양말에 집착하게 된 건 이별의 충격 때문이었다. 2012년 초반에 윤 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10년간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식음을 전폐했을 정도로 그가 받은 충격은 컸다. 윤 씨는 그 직후부터 여성의 양말, 속옷 등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태원에 있는 식당의 요리사로 근무하던 윤 씨는 밤 10시쯤 퇴근하며 지하철에서 ‘목표’를 물색했다. 목표로 잡은 여학생을 따라 내려 집 앞까지 쫓아갔기에 범행 장소가 제각기 달랐던 것이다.
임 경위는 지난 26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처벌보다는 치료가 필요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윤 씨의 이력을 조회해보니 성범죄 관련 수배가 내려진 적도 없었다. 처벌하기도 애매했다. 경범죄에 해당하는 ‘불안감 조성’이라는 죄목을 붙여 벌금 10만 원을 내게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재범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임 경위는 윤 씨를 훈방조치하며 정신과에 가서 상담할 것을 권유했다. 가정형편 때문에 치료받기를 꺼리자 몇 번 상담만 받으면 되며,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고 설득했다.
경찰의 ‘애정 어린’ 충고 덕분이었는지 윤 씨는 정신과 상담 2개월 만에 ‘나쁜 버릇’을 고쳤다고 한다. ‘양말변태’가 나타났다는 신고도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임 경위는 “관련 보도가 나간 후 ‘50차례나 신고가 들어온 범죄자를 그냥 풀어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책전화를 많이 받았다. 그래도 재범을 막기 위해선 처벌보다 치료가 먼저였다. 최선의 조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윤심 인턴기자 heart50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