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주주 맞아? 저 XX 빨리 끌어내.”
고성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지난 3월 27일 열린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 현장에서다. 이번 주주총회의 최대 이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복귀였다. 복귀를 위해서 박삼구 회장 측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사이의 상호출자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지난 21일 공시를 통해 금호산업 지분 4.9%를 먼저 총수익맞교환(TRS)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일요신문> 1141호 보도).
왼쪽부터 박삼구 회장, 박찬구 회장.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주총에 참석해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하고, 금호산업 기업어음(CP) 매입, CP의 출자전환, TRS 방식의 매각 등 일련의 과정이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배임행위임을 경고할 것”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예상대로 주총 시작부터 불꽃이 튀었다. 의장인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가 출석주주 및 주식수 보고를 마치자 바로 금호석유화학 측 대리인으로 참석한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이 대리인은 “발행주식 총수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는 10% 이상의 상호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상법에 따라 금호산업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삼구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되자 이 대리인은 다시 한 번 발언권을 얻어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의장은 찬반의사를 묻는 투표나 확인절차 없이 바로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통과시켰다. 이에 금호석유화학 측은 “2대 주주인 우리가 반대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의장이 어떤 근거로 과반이 찬성했다며 가결을 선포했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차후 법률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 대리인이 발언을 할 때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오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주총은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진통 속에 약 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 사내이사 복귀를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이 주총이 끝나고 서울남부지법에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것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우리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서 주총 의결 절차를 꼼꼼하게 준비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며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 매각은 채권단의 협의 하에 진행됐으며, 회계·법률자문 검토를 통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는 사안”이라며 “금호석유화학의 행동은 아시아나항공 경영활동을 심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