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에서 부터) 이효리, 비 | ||
이 같은 사실은 <일요신문> 600호를 맞아 서울 시내 소재 5개 대학에 재학중인 여대생 5백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대생 의식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월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단국대, 한양여대 등 5개 대학에서 실시됐다. 조사는 응답자가 설문내용을 읽고 즉석에서 답을 제시하는 ‘맨투맨’ 조사로 실시됐으며, 응답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보장하기 위해 무기명으로 이뤄졌다.
설문내용은 호주제 폐지, 스와핑, 셀프누드 촬영, 실업문제, 해외 원정출산 등 사회이슈 및 트렌드와, 성의식을 묻는 항목이었다. 이와 함께 본인이 존경하는 한국인 여성, 복권당첨 후 하고 싶은 일, 이상형 남성 연예인, 섹시한 남성타입, ‘자신이 이효리라면’ 등 5가지 개방형 주관식 질문을 추가해 여대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국내 최고 섹시스타로 발돋움한 이효리가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내 벗은 몸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봤다”고 고백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녀만의 개성이 아니었다. <일요신문> 설문조사 결과 20∼23세 사이의 여대생들 역시 ‘셀프누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응답자 5백12명 중 1백63명(30.8%)이 자신의 ‘나체’를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밝혔다. 이중 ‘인터넷 등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누드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화끈녀’도 19명(3.7%)이나 됐다. 반면 ‘찍고 싶지 않다’고 선택한 여대생은 3백49명(68.2%)으로 나타나 아직까지 ‘누드’에 대해 대다수 여대생들은 부정적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설문과정에서 여대생들이 온라인상에 떠도는 누드사진이나 누드 동영상에 대해 특별히 반감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점. 80년대 초·중반에 출생한 여대생들은 어릴 때부터 인터넷 문화를 경험한 탓인지 별다른 거부감없이 누드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셀프누드를 찍고 싶지 않다고 밝힌 여대생들의 경우에도 누드에 대한 절대적인 ‘거부감’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여대생 A양(C대학 3년)은 “누드사진을 찍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 몸매가 예쁘지 않아 찍을 엄두가 나지 않을 뿐이다. 몸매가 모델처럼 쭉쭉빵빵이라면 매일같이 내 몸을 찍겠다”고 말했다.
또 여대생들은 현재 법적 처벌 문제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부부스와핑’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비쳤다. 설문조사 결과 스와핑에 대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2백94명, 57.4%). 대다수 여대생들은 ‘충격·엽기’가 21세기 성문화의 중심 코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남편이 다른 여자와 관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도 다른 남자와 섹스를 즐기는 파격적인 성의식엔 거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와핑을 긍정적으로 보는 여대생은 29명(5.7%)이었다. 이는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스와핑을 성문화의 하나로 인정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입법화를 앞둔 호주제의 폐지와 관련해 전체 응답자의 59.6%가 ‘남편의 성을 따르도록 하겠다’고 응답했다. 호주제의 변화와 상관없이 계속 남자의 성을 따르는 관행을 따르겠다는 것.
그러나 ‘아이가 자신의 성을 갖도록 하겠다’는 응답도 전체의 36.1%(1백85명)를 차지, 여대생 10명 중 3명 정도는 호주제 폐지의 ‘효과’를 직접 누리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해외 원정출산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낳겠다’라는 의견(2백77명, 54.1%)이 ‘해외 원정출산하겠다’와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응답(2백35명, 45.9%)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밖에 장기간 취업을 하지 못한 경우 대학원에 진학, 공부를 하겠다(34%, 1백74명), 어학연수를 가겠다(42.2%, 2백16명)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 계속적인 자기개발을 하려는 여대생이 다수였다.
‘친구의 남자를 사랑했네.’ 광고에나 등장할 법한 문안이다. 그런데 한국 여대생 10명 중 3명 정도는 ‘마음에 든다면’ 친구의 애인도 ‘차지하겠다’는 적극적 이성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친한 친구의 남자친구가 자신의 이상형이라면 그 남자와 어떠한 관계까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4.1%가 친구의 남자와 몰래 만나면서 키스 이상의 스킨십을 나눌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여대생 35명(6.8%)은 친구의 남자친구와 잠자리까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 (왼쪽부터)강금실, 한비야 | ||
‘마음에 든 유부남이 사귀자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19.3%가 ‘긍정적’이라는 답변을 한 점도 이채롭다. ‘사귀는 것은 무리’라는 보수적 입장(4백10명, 80.1%)이 대세였지만 유부남과의 교제가 자칫 간통이라는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9.3%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가져본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17.6%(90명)가 ‘있다’고 답했으며, ‘낯선 남자와 성적 접촉을 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4.7%(24명)가 ‘원나잇스탠드’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밖에 ‘성전환 수술을 고려해 봤는가’라는 물음에는 무려 4백91명(95.9%)이 ‘없다’고 말해 대다수 여대생들은 여성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여대생들은 생존하고 있는 한국인 중 가장 존경하는 여성으로 자신의 어머니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들었다. 특히 강금실 장관은 지난 10월 <시사저널>이 정·관·재·학계를 비롯해 언론, 법조, 금융, 종교, 문화예술, 시민단체 등 10개 분야 전문가 1천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은 누구인가’라는 설문에서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강 장관은 ‘금녀구역’이라던 법무부의 최초 여성 수장이라는 점 또한 취임 후 당당한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를 발산하며 갖가지 화제를 몰고 왔다는 점에서 여대생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호전문가 한비야씨가 3위(11명, 2.1%)에 오른 것은 매우 놀라운 결과. 한비야씨는 기독교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의 긴급 구호팀장으로 지난 8월부터 이라크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치면서 파병반대운동을 외쳐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어 4위는 2003년 최고의 핫 이슈 메이커인 가수 이효리(9명, 1.8%)가 차지했고, 5위는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8명, 1.6%)가 차지했다.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 연예인으로는 최근 TV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의 주인공으로 데뷔, 활동 영역을 넓힌 가수 비가 1위로 뽑혔다. 비는 총 응답자의 5.5%인 28명에게 ‘콕’ 찍혔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탤런트 권상우가 2위(24명, 4.7%)에 올랐고, ‘절세미남’인 영화배우 정우성(21명, 4.1%)과 원빈(17명, 3.3%)이 그 뒤를 이었다. 올해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영화배우 박해일의 선전(7명, 1.4%)도 눈길을 끌었다
여대생들은‘어떤 타입의 남자가 가장 섹시한가’라는 물음에 1백18명(23.0%)이 키가 크고 근육질인 남자를 선택했다. ‘지적이면서 자기 일에 열중하는 남자’(78명, 15.2%), ‘운동을 잘하는 남자’(30명, 5.9%) 등도 꼽혔다.
한편 여대생들은 자신이 이효리라면 멋진 남자친구를 유혹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003년 한 해 젊은 남성들의 ‘눈’을 흐려놓은 효리 파장이 크게 영향력을 미쳤다는 분석. 88명(17.1%)이 이같이 대답했다. ‘야하거나 그동안 입어보지 못한 옷을 입겠다(40명, 7.8%)’,‘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싶다(26명, 5.1%)’,‘나이트클럽에 가겠다(23명, 4.5%)’가 나란히 2∼4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