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의원이 2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쓴소리를 날렸다. 지방선거 정국에서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았던 그가 서서히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런 서 의원의 움직임과 관련해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비밀리에 한 문건이 떠돌고 있다. ‘SCW문건’으로 회자하는 이 문서는 서청원이라는 이름 대신 SCW라는 이니셜을 쓰고 있는데 6·4지방선거와 차기 전당대회 전략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청원 의원 쪽 인사가 썼다고들 하고, 일부는 김무성 의원 쪽에서 쓰고 일부러 흘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 내용은 이랬다.
우선 ‘SCW 필요성’을 국회의원과 당원, 대의원에게 강력하게 어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는 ‘박근혜 조력자·정부의 보완재·인재 배양과 발굴’, 세 가지였다. 이를 봤다는 한 인사는 “서 의원은 박 대통령의 대구 달성군 재·보선을 통한 정계입문(당시 서 의원은 당 사무총장)을 도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적극 홍보하려 한다”면서 “친박이었다가 지금은 비박에서도 강성인 곳으로까지 간 MS(김무성의 이니셜)와의 차별성을 적극 부각하려는 것”이라며 “문서 내용을 보면 MS를 대단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보완재는 박 대통령을 당선시킨 키워드지만 실현되고 있지 않은 ‘국민대통합’과 ‘소통’을 서 의원이 대신 하겠다는 내용이다. 충청권 출신으로 지금은 수도권 의원이 된 그가 당의 최고 어른으로 영호남을 아우를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또 자신은 당권을 잡는다면 대권까지는 욕심이 없으므로 차기 주자군을 직접 찾거나 키울 ‘인큐베이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김무성 의원
김태호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에 지명돼 인지도가 있는데다 본인 역시도 권력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에는 서 의원이 또 전당대회 출마자로 거론되는 이인제 김태환 의원을 포섭해 충청과 TK 표까지 흡수해야 한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이 의원은 같은 중진으로, 김 의원은 친박계인 점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용인술은 아주 구체적이다. 일단 친박계 내부의 교통정리 필요성을 제기한다. 가장 실세인 최경환 원내대표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기용될 수 있도록 힘쓰며, 홍문종 사무총장은 국회직이나 당직을 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청와대에 뻗은 촉수가 가장 정확하다는 전략통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어떻게든 서 의원이 중용해 써야 한다고 이 문건은 건의하고 있다. 이밖에도 TK 실세들에게 자리를 찾아줘 상대적 박탈감을 덜어줘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당내 화합과 소통을 위해 비박계에서부터 당외 인사까지 포섭해야 한다면서 이재오 의원은 개헌안 논의를 통해 스킨십을 강화하고, 김용태 김성태 의원 등 당내 비박계이자 과거 쇄신파나 홍정욱 전 의원 등 이미지가 괜찮은 인사는 재영입해 청년층과 여성층을 공략해야 한다고 이 문서는 전하고 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서 의원의 역할론도 강조한다. 서 의원 본인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하되 당내 반발이 있다면 ‘수도권+충청권+강원권’ 등 중부권 선대위원장이라도 맡아 승리를 불러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공천 확정 과정에서 비리나 범죄가 발생하면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통해 단번에 낙천시켜 쇄신 분위기를 키워야 한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특히 전당대회에 나서는 후보가 많을수록 서 의원이 유리하기에 많은 의원들의 출전을 독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10장 가까이 되는 이 문서는 완성본이라기보다는 수많은 건의 중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인물과 분야가 망라돼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문서를 상대 후보가 슬쩍 흘리면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기도 하기도 하는데 그런 용도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