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다어학원 박경실 회장과 남편인 고인경 전 회장 사이에 부부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박 회장은 살인 예비음모와 경찰 매수 의혹을 받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4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출석한 박 회장은 6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주식 이전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던 파고다어학원의 설립자이자 남편인 고인경 전 회장(70)의 측근을 살해하려 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지 6개월 만이었다.
경찰은 당초 박 회장의 살해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운전기사 박 아무개 씨(41)와의 대질 심문도 준비했지만 양측의 반대로 이뤄지진 않았다. 박 회장은 경찰조사에서 박 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청탁대가는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를 마친 박 회장은 “성실하게 다 조사를 받았다. 진실은 밝혀질 거라 믿는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앞서 박 회장은 자신의 횡령 배임 관련 소송이 마무리되기도 전 사건 무마 청탁비용으로 서 아무개 씨(46)에게 9억 1800여만 원을 건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다른 혐의까지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기 때문에 일단 로비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박 회장과 서 씨의 금융 계좌 추적과 통화 내역 조회를 통해 로비가 실제 이루어졌는지를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서 씨에게 건네진 9억여 원 중 일부가 일선 경찰관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 회장은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남편 고 전 회장 측으로부터 지난해 1월 10억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이에 박 회장은 벤처기업 대표로 각종 사업을 벌이면서 재계와 법조계의 인맥을 과시하던 서 씨를 소개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6일 학원총연합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던 박 회장은 일단 진화에 나섰다. 박 회장은 “수사무마 청탁 의혹 등과 같은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문제의 서 씨는 여러 건의 사기 사건에 연루된 자로서 저는 여러 피해자들 중 하나일 뿐이다”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파고다어학원 관계자 역시 말을 아끼면서도 “현재 박 회장이 언론을 통해 난타를 당하고 있지만 맞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 씨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며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회사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메일을 보내기도 하셨다”고 말했다.
고 전 회장 측도 박 회장의 배임 횡령 건과 관련한 소송이 집안싸움으로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 경계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이 횡령 배임 건으로 고발되면서 박 회장과 고 전 회장 간의 이혼소송도 함께 진행되자 항간에 나돌던 두 사람 사이의 불화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부인 박 회장과 고 전 회장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고 회장이 ‘퇴직처리’된 시점으로 알려진다. 당초 안식년을 가지기로 했던 고 전 회장이 회사 측으로부터 ‘퇴직금’ 명목의 월급을 받게 되면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 1996년 본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태어난 큰아들의 죽음 이후 경영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고 전 회장은 그 간의 학원 운영 장부 및 기록을 살펴보면서 지분변동의 내막을 알게 됐고, 두 사람 사이의 분쟁은 본격화됐다.
파고다어학원은 1993년 학원 최초로 법인이 된 케이스다. 당초 파고다어학원의 지분은 고 전 회장 45%, 박 회장 45%, 본처의 큰딸 5%, 박 회장 사이의 작은딸 5%였다. 그러나 고 전 회장이 박 회장에게 경영을 맡긴 사이 1999년 고 전 회장의 지분 10%가 두 딸에게 넘어갔다. 고 전 회장 측은 “두 딸에게 지분 이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자신의 지분에서 빠져나간 사실을 고 전 회장은 한참 후에야 인지했다고 한다. 가족이라 믿고 맡긴 사이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파고다어학원 관계자는 “가족 회사이다 보니 아침 먹으면서 얘기해도 이사회 성원이 되는 형태다. 횡령의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밥 먹으면서 이야기 했던 것들, 사이좋을 때 절차상 문제가 안됐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 횡령상의 문제가 된 것”이라며 “학원 감사를 하시는 분 중에는 고 전 회장의 친동생도 있었다. 이제 와서 왜 이런 문제가 불거졌는지 의아하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과 고 전 회장을 둘러싼 내분을 두고 일각에선 학원 내 파워게임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박 회장이 아들의 죽음 이후 경영선상에서 물러나 있던 고 전 회장 모르게 작은딸에게 치우쳐 재산을 분할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고다어학원 가족회사인 파고다SCS, 파고다종로타워, 리드캔, 진성이앤씨 등의 소유권은 박 회장과 작은딸의 소유로 되어있다.
고 전 회장 측은 “실제로 파고다SCS의 경우 학원가에서 알짜배기 사업으로 통하는 출판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파고다어학원이 입주해 있는 파고다종로타워의 지분 90% 이상을 박 회장과 작은딸이 차지하고 있다. 파고다 건물을 관리하는 리드캔도 마찬가지”라며 “고 회장도 처음엔 소송이나 이혼을 생각하지 않았다. 고 회장은 ‘제대로’만 돌려놓으라고 재차 말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아 여기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결국 박 회장이 학원 지분과 알짜배기 계열사들을 박 회장 뜻에 치우쳐 배분한 것이 갈등의 씨앗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고 전 회장의 큰딸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객관적인 사실들이 가족사로 치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설 때가 오면 나서겠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말해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 회장 측도 이와 관련, “(재산분할) 그 문제와 관련해서는 회장님이 입에 올리시는 걸 꺼린다”며 “박 회장은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가족회사이다 보니 이혼과 같은 문제는 회사가 두 조각이 날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직원들의 우려도 많다”고 밝혔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