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역사나 지하상가 등 다중이용시설과 학교 등에 대해서는 실내 라돈 권고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을 뿐 실제 저감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대처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이름도 생소한 라돈은 화강암 같은 암반이나 토양, 지하수 등에서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자연방사능 물질이다. 냄새나 맛도 없어 사람들은 전혀 인식할 수 없으나 일정 농도 이상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 있다. 공기 중에 있는 라돈이 호흡을 통해 인체로 흡입되면 알파선이 방출되는데 이 물질이 폐 조직을 파괴하며 암을 유발하는 것이다.
미국 환경청에 따르면 4pci/L(피코큐리)의 라돈 농도에서 장기간 생활할 경우 흡연자는 1000명 중 62명, 비흡연자는 7명이 폐암에 걸린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라돈을 흡연 다음으로 주요 폐암 발병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을 정도다. 폐암뿐만 아니라 지하수에 녹아든 라돈을 섭취하면 위암 발생 가능성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돈은 암까지 유발하는 유해물질이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한다. 토양, 지하수, 암석 등 땅속에서 새어나온 라돈은 지하시설이나 건물 바닥, 하수구, 빌딩의 갈라진 틈을 통해 실내로 유입되며 물을 마시거나 샤워를 할 때도 노출된다. 특히 균열이 많은 오래된 건물이나 토양과 맞닿은 저층 지대일수록 라돈에 노출되기 쉬운데 문제는 한국의 경우 층수를 불문하고 라돈 안전지역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같은 아파트 저층 지대보다 고층에서 라돈 농도가 더 높은 수치로 나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석고 보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라돈의 위험성을 다뤘는데 석고 보드가 많이 사용된 17층 아파트에서 방출되는 라돈 양이 최대 8pci/L(피코큐리)까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라돈 측정기 알파트랙
환경부에서도 라돈의 위험성은 잘 알고 있다. 올해 초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5곳 중 1곳에서 폐암을 유발하는 라돈이 기준치 이상 노출되고 있다”며 일반인들에게 라돈의 위험성을 알리고 빠른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하 역사나 지하상가 등 다중이용시설과 학교 등에 대해서는 실내 라돈 권고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을 뿐 실제 저감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대처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 같은 미온한 대처에 국민들의 ‘라돈 공포증’이 심각해지자 환경부는 4월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천연방사성핵종이 함유된 건축자재 가운데 시중유통 중인 석고보드(인산·탈황 등), 내화재가 혼합된 벽돌, 세라믹 제품 등을 대상으로 라돈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오는 2018년까지 라돈관리종합대책을 수립기로 했다.
환경부 측은 “라돈은 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로 라돈권고기준 4pci/L(피코큐리)·148Bq/㎥(베크렐)을 초과한 사실이 폐암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기준치 초과의 모든 가정에서 폐암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석고 보드 관리 부실에 대해서도 “실내 라돈 관리를 위해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과 같이 실내 라돈 권고기준을 마련해 운영 중”이라며 “아직 국제적으로 라돈방출 건축자재에 대해 법적 규제기준을 가진 나라는 실정이지만 향후 추가조사를 통해 기준마련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라돈 피하는 법 실내 환기는 기본 갈라진 틈 막아야 가장 쉽게 라돈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되도록 지하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실내 환기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공기를 통해 집안으로 유입된 라돈을 다시 외부로 내보냄으로써 농도를 낮출 수 있는데 창문을 약간씩 열어두고 생활하는 게 좋다. 특히 아침에는 항상 환기를 시켜 밤사이 축적됐을 수도 있는 라돈을 외부로 내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평소 건물 곳곳을 살펴보며 갈라진 틈이 있는지 살펴보는 습관도 중요하다. 보강재를 이용해 갈라진 틈새만 잘 막아도 실내 라돈 농도를 줄이는데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의 경우 라돈과 담배는 상승작용을 일으키기에 금연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위의 방법만으론 완벽히 라돈을 차단하긴 어렵다. 라돈은 공기보다 약 8배나 무겁기에 보통의 실내 환기만으로는 완전한 제거가 어려운 것. 또한 지하수를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라돈은 단순 환기로는 제거가 안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안전진단을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안전진단도 어렵지 않다. 개인적으로 라돈 측정기를 구입해 설명서를 따르면 되는데 20만~4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경제적 부담이 된다면 장비를 대여해주는 업체를 이용하거나 정부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환경부는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라돈 노출에 취약한 단독주택이나 연립·다세대 1층, 반지하 등 1000가구를 대상으로 무료로 실내 라돈 농도를 측정해주고 저감 컨설팅까지 제공하고 있다. 단, 신청 폭주로 인해 올해 신청서를 작성해도 2015년에 무료진단을 받을 수 있다. 환경부 측은 “최근에 신청이 폭주해서 올해 초 신청한 사람은 연말에 받을 수 있지만, 지금 신청하면 내년에나 받을 수 있다. 지금 인력이나 설비로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신청은 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www.radon-free.or.kr)에서 할 수 있다. 안전진단을 통해 라돈의 농도가 높게 판정됐다면 여러 방법을 통해 차단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장 완벽한 방법은 건축 공사를 다시 하는 것이나 이는 시간과 비용적인 부담이 크므로 라돈 배출관 및 저감장치 설치를 권한다. 라돈 배출관은 건물 밑 토양에 공기유입용 장치를 같이 설치하면 라돈의 실내 유입을 막을 수 있다. 공기유입용 장치를 이용해 실내 공기의 압력을 건물 하부보다 인위적으로 높여 압력 차이로 라돈 가스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 뒤 배출관을 통해 건물 외부로 내보내는 원리다. 저감장치는 보다 설치가 간단한데 창문에 부착하는 ‘대기형 저감장치’나 외부의 전력 공급 없이 지하수의 낙차를 이용해 작동하는 ‘지하수 저감장치’ 등이 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