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설문조사 결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응답해준 45명의 전문가 중 13명이 선택했다. 권 부회장은 교수(3), 연구원(3), 대기업 임원(5), 기자(2)로부터 고르게 선택받았다.
이 시대 최고의 전문경영인으로 꼽힌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반도체 연구원 출신인 권 부회장은 지난 2012년 6월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르면서 샐러리맨으로서는 최고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보수도 67억 73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비오너 전문경영인 중에서 ‘보수킹’이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스톡옵션을 행사, 30억 원가량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과 합하면 지난해 수입이 100억 원대에 이른다.
권 부회장은 2012년 7월부터 11월까지 삼성디스플레이 대표까지 겸직했을 정도로 삼성 내에서도 ‘최고’ 경영자 중 한 명이다. 연구원 출신이지만 전문경영인으로서도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권 부회장은 ‘기업 인지도 상승·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지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 부회장이 향후 정체된 기업 분위기를 어떻게 쇄신해나갈지, 스마트폰 이후 대응 전략을 어떻게 짜나갈지 궁금하다는 전문가도 있었다.
권 부회장의 뒤를 이어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7),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6)이 2, 3위를 기록했다. 김효준 사장의 경우 내로라하는 대기업 CEO들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김 사장은 특히 연구원들과 기자들에게 경영능력·성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김 사장은 BMW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에 오르는 데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또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BMW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업체 못지않은 위치를 차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2월 13일 인천 영종도에서 연 BMW코리아 연례기자간담회에서 김 사장은 “지난해 매출 1조 9000억 원, 영업이익 25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판매량은 3만 3066대. 김 사장은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현재 13% 정도지만 향후 2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경영 성과가 전문가들이 김 사장을 최고의 전문경영인으로 뽑은 이유였다. 한 연구원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CEO상에 대한 정립을 기대”하기도 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교수, 연구원, 대기업 임원, 기자로부터 골고루 득표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교수와 기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남대일 고려대 교수는 “만년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가 LTE를 상용하면서 꾸준히 성과를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일요신문>이 제시한 20명의 후보 중 이 부회장을 최고 CEO로 꼽았다.
이밖에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과 김상헌 네이버 사장이 5표를 받았으며 황창규 KT 회장이 4표,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이 3표를 받았다. 이유일 사장의 경우 ‘경제발전과 고용창출 등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선택받기도 했다. 박성욱 사장은 대기업 임원, 김상헌 사장은 기자들의 표가 쏠렸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2표를 받았다.
앞으로 기대되는 전문경영인 1위에 오른 황창규 KT 회장. 사진제공=청와대
최고의 전문경영인으로 선정된 권오현 부회장은 그러나 ‘앞으로 기대되는 전문경영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불과 3명의 선택만 받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질문에는 황창규 KT 회장이 15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 취임한 지 석 달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 이유 중 하나겠지만 그래도 10표를 받아 2위에 오른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 비해서도 50%나 많은 득표다.
전문가들은 황 회장에게 KT의 경영혁신과 실적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엽 연세대 교수는 “KT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한다”고 했으며 장정주 서울대 교수는 “KT 경영혁신의 성공적 달성 여부”에 관심을 기울였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 역시 KT의 경영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재범 서강대 교수는 KT의 실적 개선 여부를 주목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 회장이 교수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은 것과 달리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교수들로부터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권 회장은 대신 대기업 임원들과 기자들에게 ‘포스코의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권 회장을 ‘기대되는 전문경영인’으로 선택한 전문가 중에는 권 회장이 과연 끝까지 외풍을 막아낼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황 회장에게는 KT의 경영혁신을, 포스코에는 외풍 차단을 주문한 셈이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둔 SK하이닉스 박성욱 사장도 전문가들의 기대를 받았다. 최태원 전 SK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탓에 박 사장이 총수 부재 상황에서도 과연 SK하이닉스의 성장을 계속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는 것.
전문가들은 김상헌 사장, 박진수 부회장, 이유일 사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등의 올해 행보에도 관심을 보였다. 곽주영 연세대 교수는 “성장하는 중국 자동차업체와 경쟁에서 리더십을 기대한다”며 이유일 사장을, “글로벌 도약의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형근 부회장을 동시에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변화를 앞두고 있는 금융 CEO들에게도 기대감을 표출했다. 한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무난히 이끌 것”이라며 이순우 회장을 ‘기대되는 전문경영인’으로 꼽았으며 오규택 중앙대 교수는 “국민은행을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임영록 회장을 선택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민웅기 기자 hdlim@ilyo.co.kr
이렇게 조사했다 오너일가·전직 CEO 후보서 제외 <일요신문>은 창간 22주년을 맞아 경제·경영·산업 분야 전문가들에게 ‘이 시대 최고 전문경영인’을 물었다. 대기업 임원 11명, 증권사 임원 2명,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13명, 대학 경영학부 교수 9명, 주요 언론사 경제·산업·증권부 기자 10명, 모두 45명을 대상으로 했다. <일요신문>은 먼저 선정 대상 후보로 20명의 CEO를 추렸다. 그동안 대부분의 비슷한 조사에서 오너 일가 혹은 전·현직 CEO를 후보군에 포함시키는 것과 달리 <일요신문>은 오너 일가를 제외시켰으며 현직 CEO만 후보로 전문가들에게 제시했다. 설문조사는 전화와 이메일을 병행했다. 대기업·증권사 임원, 대기업 소속 경영연구소 연구원들에게는 자신들이 소속된 회사와 관련 있는 CEO를 피해 응답해줄 것을 요구했다. 설문에 참여해준 전문가들 ■ 대기업 임원 11명 ■ 대형 증권사 임원 2명 ■ LG경제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SK경영경제연구소·포스코경영연구소·KB경영연구소 연구원 13명 ■ 주요 언론사 경제·산업·증권부 기자 10명 ■ 대학교수 9명(가나다순) : 곽주영(연세대), 남대일(고려대), 박용승(경희대), 신동엽(연세대), 오규택(중앙대), 유병준(서울대), 이상명(한양대), 이재범(서강대), 장정주(서울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