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부회장이 의장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3월 31일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3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권오현 부회장은 지난해 총 67억 73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급여 17억 8800만 원과 상여금 20억 3400만 원, 기타 근로소득 29억 5100만 원을 합산한 금액이다. 이는 오너·총수 일가를 제외한 전문경영인 등기이사 중에서 가장 많은 액수다.
1952년생으로 이제 막 환갑을 넘긴 권 부회장은 샐러리맨에서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권 부회장은 샐러리맨으로 처음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니다. 반도체 연구원으로서 오히려 학자 쪽에 가까웠다.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각각 전자공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한 권 부회장은 지난 1977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었다.
권 부회장이 삼성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85년 미국의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그해 그는 미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삼성에 입사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냈다. 1987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문에서 4메가 D램을 개발해 삼성그룹 기술대상을 수상한 것. 이 공로로 권 부회장은 이듬해인 1988년 4메가 D램 개발팀장(부장)으로 승진한다. 권 부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992년 64메가 D램까지 세계 최초로 개발해내면서 다시 한 번 삼성그룹 기술대상을 차지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월등한 실력을 보인 권 부회장은 1997년 상무이사 직급으로 비메모리사업 분야인 삼성전자 시스템LSI로 자리를 옮긴다. 권 부회장은 2002년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으로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더니, 2005년부터는 CMOS 이미지센서(CIS),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마트카드IC 등 5대 비메모리 성장 동력 제품군을 선정, 5개 중 4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권 부회장은 2008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에 취임한 후 DS사업총괄 사장, 부회장을 거쳐 2012년 6월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올랐다. 권 부회장은 30년 가까이 삼성전자에 몸담으면서 발전을 이끌어왔지만 여전히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개최한 ‘애널리스트데이 2013’에서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방향성을 발표했다. 그는 “기존 인포테인먼트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헬스케어·편의·안락·환경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로 확대하고,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의 역량을 강화시켜 ‘비전2020’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 불황과 경쟁업체들의 약진으로 세계 시장에서 최고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8조 3100억 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영업이익 10조 1600억 원보다 18%나 감소해 ‘어닝쇼크’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지난 8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8조 4000억 원이라고 밝히며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일부 씻어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권 부회장도 지난 14일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신흥국의 경제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중국 기업의 부상, 일본 기업의 경쟁력 회복 등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중점 추진 사안으로 “부문별 사업경쟁력 강화와 견실경영을 통해 수익성을 확대하고 전자업계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다질 것이다. 주력사업의 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기술 차별화를 통해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