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3월 26일부터 4월 10일까지 이어진 연속 순매수 기간 동안 외국인이 사들인 주식은 약 3조 원어치다. 그런데 이 가운데 90%인 2조 7000억여 원이 프로그램 순매수다. 프로그램 순매수 가운데 90%인 2조 4000억여 원이 비차익 순매수다.
프로그램 매매란 주문단말기에 매매하고자 하는 종목에 대한 거래량과 가격을 입력하여 일시에 일괄적으로 주문을 내는 방식을 말한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로 나뉜다. 차익거래는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으면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서 수익을 내고(매수차익거래),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으면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팔아 수익을 내는(매도차익) 거래다.
이와 달리 비차익거래는 선물과 연계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여러 주식만 한 번에 매매한다. 주식시장 전체에 베팅하기 위해 여러 주식을 동시에 사서 시장 전체를 매매하는 효과를 노린다. 증시가 오를 것 같으면 사고, 떨어질 것 같으면 판다. 예전 비차익거래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이용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단타매매 중심의 투기적 자본들이 가장 선호하는 매매방법이 됐다.
실제 3월 26일 코스피 시가는 1954, 4월 10일 종가는 2008로 불과 2.7% 올랐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079원에서 1040원으로 3.6% 하락했다. 3월 26일 코스피를 매입했다면 국내 투자자의 자산가치는 주가변동에 따른 수익뿐이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가치는 주가변동 수익뿐 아니라 환차익까지 더한 6.3%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8월 말부터 10월 23일까지 원-달러 환율이 1100원에서 1055원까지 4% 넘게 하락할 때 외국인은 12조 8000억여 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를 1925에서 2063까지 7.2%나 끌어올렸다. 당시에도 프로그램 순매수가 6조 7000억 원에 달했고 그 가운데 비차익순매수가 5조 원이 넘었다. 하지만 이후 원-달러 환율이 다시 안정되면서 외국인들은 순매도로 돌아섰고, 올 초 환율이 오르자 오히려 매도세를 강화해 한때 코스피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9월과 10월 외국인 국적별 주식 매매동향을 봐도 헤지펀드 같은 투기자금 비중이 높은 영국, 싱가포르, 룩셈부르크, 케이만아일랜드 등이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계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환율하락 변동과 함께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환율이 안정돼 수익이 어느 정도 확정되면 다시 단기간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밑도는 등 기업 실적개선 조짐이 낮은 만큼 코스피가 2000을 넘었다고 증시에 긍정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차익실현 또는 주식 비중축소의 기회로 삼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