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급속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부 ‘유흥정보’ 사이트는 룸살롱, 단란주점 등 ‘밤업소만’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사이트. 이 사이트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불법과 퇴폐가 난무하는 유흥산업을 양지로 끌어낼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현주소는 완전히 딴판이다. ‘유흥업소 정보공유’보다는 수익 창출을 위한 퇴폐적 이벤트에만 고심하고 있는 것. ‘업소탐방’을 악용해 아예 회원들에게 윤락을 직접 알선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대생이나 모델을 불러 가면파티와 같은 퇴폐적인 이벤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한 유흥정보 포털사이트사의 대표가 최근 경찰에 검거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2월9일 C사이트 대표 유아무개씨(34)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 등은 사이트 내에 비밀 커뮤니티를 개설한 후, 회원들을 상대로 윤락을 알선해온 혐의.
사실 유흥정보 포털사이트가 문제가 됐던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알게된 회원들이 공공연하게 ‘윤락계’를 조직하는 등 그동안 수차례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는 그 심각성이 훨씬 더하다. 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윤락을 주선하고 나섰기 때문.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음란물 유포 혐의로 피의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락 사실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재 혐의가 드러난 업주와 종업원 두 명을 일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벤트에 가담한 회원들까지도 모두 입건됐다는 점이다. 통상 수동적으로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훈방 처리하는 게 경찰의 관례였다.
이에 대해 경찰측은 “법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문제의 사이트가 오픈한 것은 지난해 4월. 이 사이트는 밤업소 소개 사이트로 색깔을 교묘하게 위장했다. 때문에 수사 초기만 해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은 비밀 커뮤니티 회원들과 윤락업소의 ‘중간기지’. 업소 탐방을 빌미로 강남의 룸살롱 등에 회원들을 소개하는 게 이들의 주요 수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말이 업소탐방이지 윤락행위가 본 목적이었다”며 “피의자들은 강남의 유명 룸살롱에 몰려가 아가씨들과 질펀한 관계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이례적으로 이벤트 참여자들까지 기소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이트 운영자측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경찰에 구속된 유씨 등은 지난 6월부터 회원들로부터 10만∼15만원을 받고 커뮤니티 회원을 모집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 몇 개월 동안 벌어들인 돈이 수천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또 유흥업소 업주들로부터 별도의 소개비까지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특히 VIP 커뮤니티인 ‘에이스클럽’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커뮤니티에 가입돼 있는 회원들은 ‘수질’부터가 다르기 때문. 대기업 이사, 유명 학원장, 전문직 종사자 등 사회 지도층들이 ‘에이스클럽’의 주요 회원이다. 회원 가입비용도 1백만원으로 상당히 비싼 편.
VIP 커뮤니티에서 가장 인기 있던 아이템은 ‘란제리 파티’나 ‘가면파티’. 경찰 관계자는 “여대생이나 모델을 불러놓고 반라 상태에서 가면파티나 란제리 파티와 같은 퇴폐적 이벤트를 벌였다”며 “사회 지도층들의 빗나간 성의식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경찰은 지난 9일 대기업 전무로 근무하던 김아무개씨(56)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 등은 경찰에서 “2차는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해 봤지만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며 “때문에 윤락행위 등 방지법만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유사한 사이트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사이트가 시범 케이스로 걸리기는 했지만 밤업소 소개 사이트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현재 유사 사이트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C사이트의 적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우리와 무관하다”며 태연한 모습이지만 은근히 불안한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유흥정보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N사의 한 관계자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게 우리 일 아니냐”며 “경찰이 눈을 부릅뜨고 찾는다면 무슨 꼬투리든 못잡겠느냐”고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