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얼마 뒤 집으로 향하던 김씨는 대리운전자로부터 뜻밖의 제의를 받았다. “피곤해 보이는데 쉬다 가는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녀의 제안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곧 알아챘다.
그녀의 짙은 화장도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술 취한 기분에 그녀의 유혹에 솔깃해진 김씨는 그녀에게 20만원을 주고 함께 모텔에 들어가 ‘쉬·었·다’.
▲ 사진은 영화 <크래쉬>의 한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 ||
대리운전업체 관계자들도 “일단 출장을 보내면 그 다음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우리로서도 알 도리가 없다”고 밝히고 있어, 은연중 부적절한 거래 행위가 이뤄질 수도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여성 대리운전이 뜨고 있는 이유는 당초 만취한 여성 고객들로부터 환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부업전선에 나선 주부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아예 여성 대리운전 전문업체가 생겨나기도 했다.
현재 3개월째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는 주부 이아무개씨(37)는 저녁 7시경 집을 나선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인근 친정에 데려다 준 후 출근길에 오르기 위해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은 저녁 8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4시쯤 끝난다. 이 시간 동안 3∼5차례 운전대를 잡는다.
이렇게 해서 이씨가 버는 돈은 대략 5만∼7만원선. 이씨는“처음에는 솔직히 겁도 나고 밤늦게까지 하는 일이라 힘든 적도 있었지만 노동강도에 비해 괜찮은 수입이어서 이 일을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최근 들어 부쩍 차 안에서 만취를 핑계로 ‘수작’을 걸거나 노골적으로 2차를 요구하는 남성들 때문에 가급적 여성 운전자 위주로 손님을 받는다고 한다. 그녀는 “수입은 절반으로 좀 줄어들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체 대리운전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5% 정도라고 한다.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이 30~40대 주부들이다.
대리운전 전문업체인 C사 관계자는 “현재 여성 운전자를 10여 명 고용하고 있는데 대개 생계 유지를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나선 주부들”이라며 “남편이 실직하거나 사업이 망해 빚을 떠안게 되면서 부부가 함께 대리운전에 나서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손님들이 여성 대리운전자에게는 팁을 후하게 주는 편이라 한달에 2백만원 이상 고소득을 올릴 수도 있어 대리운전에 나서는 주부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여성 대리운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객 대부분이 술 취한 남성들이라 ‘성추행’이나 ‘성매매’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범죄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히 일부 남성 고객들이 여성 대리운전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지니고 있어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 연말까지 여성 대리운전 서비스를 했다는 한 업체 사장은 “여성 대리운전자를 부르면서 ‘다른 서비스는 없느냐’ ‘예쁜 아가씨로 보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는 남자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는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성 대리운전에 대한 일부의 그릇된 인식이 반드시 오해만은 아니라는 것이 또한 업계 관계자들의 고백이다. 일부에서 빚어지고 있지만 실제 여성 대리운전을 내세워 남성 고객들과의 ‘불건전 거래’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
명목상 대리운전 형태지만 실제로는 윤락 알선을 일삼는 ‘조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지방 출장 대리운전 형식으로 며칠간 동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춘을 일삼고 있는 사례가 있다”며 “주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윤락 알선을 하는데 기존 윤락조직이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처음부터 반드시 윤락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대리운전의 특성상 좁은 차 안에서 둘만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충동적인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최근 그와 같은 제보가 많이 들어오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대리운전업체 사장은 “사업을 준비할 당시 어떤 사람들이 찾아와 5억원을 투자할테니 예쁜 아가씨들만 고용해서 미니스커트를 입히고 화장도 짙게해서 2차까지 나가는 여성 전문대리운전 업체를 만들자고 제안하기에 거절한 적이 있다”며 “여성 대리운전을 신종 매춘의 수단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듯하다”고 밝혔다.
여성 대리운전이 구설수에 오르자 여성 대리운전업체들은 운전자 교육과 고객관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대리운전업체 관계자는 “여성 운전자들에게 고객이 부당한 요구를 할 경우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안 등을 사전에 철저하게 교육하고 있으며, 고객DB를 활용해 물의를 일으킨 남성들은 별도 관리하고 있다”면서 “운전자 위치 추적이 가능하고 운전 기록도 전산에 남도록 해 근무지를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성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