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은 나씨와 직접 인터뷰를 통해 그의 어려웠던 가정 생활과 대학 교수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이 기사는 독자들과 네티즌들의 관심을 불러모으며 각 신문과 방송, 그리고 뉴스에 연이어 보도됐다.
그러나 이튿날 또다른 한 언론은 나씨의 교수 임용이 그저 ‘희망 사항’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보도, 독자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교수의 꿈에서 하루아침에 내몰릴 처지로 전락한 나씨. 나씨가 하루 만에 ‘뜨고 진’ 내막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인터컨티넨탈호텔 주변 관계자와 나씨에 따르면 이번 해프닝은 호텔 홍보팀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텔 홍보팀도 1월28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 해프닝은 호텔 홍보실장이 한 언론사 기자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이 호텔 홍보실장 A씨는 기자와 대화 도중 “호텔 청소원 출신으로 객실 미니바 관리를 맡고 있는 나씨가 대학 교수로 임용될 듯하다”는 말을 털어놓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단순히 회사 홍보가 될 만한 뉴스거리를 고민하던 중 15년 이상 청소 직원 생활을 하며 대학에서 강사 생활을 하던 나씨가 무심코 떠오른 것이었다.
때마침 화제성 있는 소재를 찾던 기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사실이 퍼지게 되고, 결국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곧 나씨를 인터뷰하고 기사화하기에 이르렀다. 기사는 지난 1월26일 보도됐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호텔측과 나씨의 이미지만 깎아내리는 꼴이 됐다.
이미 나씨는 올 초 충남 홍성의 혜전대학에서 정식 교수 임용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혜전대학은 객실 청소원으로 근무하며 대학원까지 마친 나씨를 지난 99년 시간강사로 임명했었다.
또한 나씨는 지난해 7월 호텔에서 열린 동료직원 자녀의 돌잔치에 고급 와인 몇 병을 제공한 일이 회사에 알려져 지난해 말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었다.
이 호텔 홍보팀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도 못한 채 생색내기에 급급했고 급기야 <동아일보>가 나씨의 인사위원회 회부 사실을 보도하면서 파장은 나씨와 호텔측에 불리해졌다.
그렇다면 나씨는 자신이 교수로 임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인터뷰에 응했을까. 나씨는 지난 1월28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호텔 홍보실이 언론사의 전화 인터뷰가 있을 것이라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 모든 일이 잘 풀린 줄 알았다고 전했다.
나씨는 “1월20일 홍보실에서 전화를 걸어와 언론사 인터뷰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해줬다. 순간 ‘회사에서 다시 나를 필요로 하고 있고, 학교측에서도 교수 임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구나’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한편 객실 내 냉장고에서 양주와 음료수를 빼돌렸다는 <동아일보>의 기사는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나씨는 “내가 양주와 음료수를 빼돌려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었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 기사는 사전에 나에게 확인하지 않고 보도됐다. 나중에 기사를 쓴 기자가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날로 수정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호텔 홍보실도 “나씨가 물품을 빼돌린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나씨가 강사로 재직해온 혜전대학측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혜전대학측은 나씨의 교수 임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으나, 강사 활동의 연장은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느닷없이 나씨가 교수로 임용됐다는 기사와 함께 나씨의 인사위원회 회부 사실이 터져 나와 무척이나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나씨의 처리 문제와 관련해 외식산업과 내 교수 회의가 연일 열리고 있으며, 언론사의 문의 전화도 폭주하고 있다.
일단 파문의 장본인인 나씨는 강사 자격이 박탈될 것으로 보인다. 혜전대학 외식산업과 학과장인 홍기운 교수는 1월28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교수회의 결과 나씨의 강사 자격을 취소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났다”고 밝혔다. 같은 과 유경민 교수도 “현재 상황으로는 나씨가 대학에서 강의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홍보실도 비상이 걸렸다. 기사가 보도된 이후 홍보실 내의 직원 전원이 시말서를 회사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처구니없는 파문을 일으킨 데에 대한 호텔 고위층과 홍보실 내부의 책임 추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홍보실은 현재 언론과의 접촉도 삼가고 있는 상황이다. 홍보실 관계자는 “나씨의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어떤 내용도 말해줄 수가 없다”며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내부 투고건과 관련한 호텔 인사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아직 나지 않았다. 그러나 호텔 내부에서는 나씨가 징계를 받고 해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