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을 한껏 부린 노인들이 한 성인콜라텍에 입장하기에 앞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모습. | ||
경상감영공원 일대는 낮 12시 무렵이면 한껏 멋을 부린 할머니들과 말끔하게 양복을 빼입은 멋쟁이 할아버지로 붐비기 시작한다. 이들이 줄을 이으며 찾은 곳은 ‘콜라텍’ ‘성인텍’으로 불리는 무도장. 입장료 1천원. 여성 무료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오는 무도장 입구에서 이들은 누가 뭐랄 것 없이 능숙한 폼으로 입장료를 지불하고 계단을 오른다.
50평 남짓한 컴컴한 홀 안에는 조금은 유행이 지난 듯한 오색조명 등이 요란스럽게 돌아가고 귀에 익은 ‘뽕짝’ 메들리가 수백 명의 ‘신사’ ‘숙녀’들의 어깻짓을 부추기고 있다. 부킹도 형식만 달랐을 뿐 여전히 존재했다.
무도장 밖에는 교복이 담긴 옷가방을 사물함에 넣고 나이트클럽으로 향하는 여고생인 양 옷이 담긴 가방을 인근상가에 맡겨놓는 중년여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곳을 찾는 부류들은 아직 활동할 기력이 있으나 일자리는 없고 경로당에 가자니 막내 취급을 받는, 노년층에서도 어정쩡한 나이에 속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S콜라텍에서 만난 한 노년 신사는 “퇴직 후 집에 있자니 며느리 눈치 보이는 데다 딱히 갈 데도 없고 해서 옛날 기분도 낼 겸 운동삼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콜라텍은 나이트클럽과 달리 술 대신 콜라 등 음료수를 제공하며 무대에서 춤을 출 수 있는 영업을 하는 곳. 당초 나이트클럽을 갈 수 없는 청소년을 상대로 영업을 하다 성인으로 대상을 옮기면서 무도장이 성인 콜라텍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이 같은 성인 콜라텍은 2~3년 사이에 급증, 현재 10여 곳에서 대규모 ‘촌’을 형성하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인근 상가에서 근무하며 이 같은 진풍경을 매일 접하는 한성규씨(35)는 “옛날처럼 무도장이라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며 “이들을 탓하기보다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인 대책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인 콜라텍의 대부분이 어두운 실내공간, 비좁은 계단 등으로 비상시 대형사고의 가능성과 함께 노인을 상대로 한 ‘꽃뱀’과 ‘제비족’이 기승을 부리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영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