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스케줄은 확실한데···
예정대로라면 대한축구협회는 5월 9일 30명 예비명단을 확정 발표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개막 한 달 전까지 예비엔트리를 발송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소 빠른 시기에 발표하는 것은 명단의 사전 유출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태극전사들은 5월 12일 소집돼 훈련을 시작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훈련이 아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라운드가 걸림돌이다. 5월 6일과 7일, 16강 1차전을 펼치고 5월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16강 2차전을 펼쳐야 한다. 따라서 선수들이 모두 모이려면 15일부터나 가능하다. 여기에 유럽 리거들의 스케줄이 일부 변경될 수도 있다.
이후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줄곧 훈련을 하다 5월 28일 오후 8시 월드컵 상대국인 알제리를 겨냥해 북아프리카 ‘다크호스’ 튀니지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평가전을 갖는다. 이 경기는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에서 진행될 마지막 A매치로 월드컵 출정식까지 진행된다. 경기 다음 날인 5월 29일 최종엔트리 23명을 공개하고, 5월 30일 월드컵을 대비한 마지막 전지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떠난다. 현지 평가전은 6월 9일 아프리카 가나와의 경기로 확정됐다.
그런데 한국이 당초 생각한 평가전 상대는 가나가 아니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릴 평가전은 철저히 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국시간 6월 18일 쿠이아바에서 열린다. 쿠이아바는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의 남부 도시. 연중 내내 고온다습한 기후다.
태극전사들은 5월 12일 소집되지만 챔피언스리그 일정과 겹쳐 본격적인 훈련은 15일부터나 가능하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마이애미와 쿠이아바가 시차가 똑같다. 뿐만 아니라 기후도 비슷하다. 월드컵 우승을 바라보는 유럽이나 남미 등 일부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은 철저히 1차전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월등한 신체조건을 앞세워 힘의 축구를 구사하는 러시아와 비슷한 국가가 바로 우크라이나다. 그런데 이때도 러시아가 발목을 잡았다. 크림반도 사태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도저히 평가전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다.
그러다 대체로 물색해 확정한 국가가 가나다. 홍 감독은 “3월 아제르바이잔 평가전 현장에 대표팀 안톤 두 샤트니에 전력분석 코치가 다녀왔다. 그런데 러시아를 보니 전형적인 동유럽 스타일과 거리가 멀었다. 조직력도 탄탄했고,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나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다.
정말 그럴까. 여전히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가나가 훌륭한 스파링 파트너임에 틀림없어도 개인기와 탄력이 좋은 팀이다. 역시 러시아와는 거리가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한국 축구의 평가전 선정에 발목을 잡은 모양새가 됐다.
# 축구계도 뒤숭숭
그래도 대표팀 내부는 나은 편이다. 전혀 불가능하거나 아주 안 되는 것 역시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주변 기류는 심상치 않다. 대표팀을 제외하고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 끊임없이 불거지며 불신과 오해를 낳고 있다.
대표적인 사태가 바로 지도자들의 폭행이다. 아마추어가 아니다. 놀랍게도 프로축구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성남FC 박종환 감독은 4월 16일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 도중 소속 선수 2명의 얼굴에 손찌검을 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축구계에 충격을 안겼다. 과거에도 심판 폭행으로 인해 프로축구연맹 차원의 중징계를 받은 전례가 있는 데다 축구인들의 직간접적인 증언으로 선수들을 폭행했던 과거 이력이 여러 차례 전해진 바 있어 비난 여론은 성남 구단 징계 발표가 나온 이후에도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해말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드리블 모습.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76세 백전노장인 박 감독은 스파르타식 훈육을 하는 대표적인 지도자로 낙인 찍혀 있었다. 올해 K리그 사령탑으로 복귀하며 “그때 당시 내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시즌 개막 불과 한 달여 만에 최악의 상황을 자초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부천FC에서도 선수 구타 파문이 일었다. 골키퍼 코치가 4월 13일 강원FC와 정규리그 4라운드 경기 하프타임 때 제자를 폭행했다는 것이다. 부천FC는 전임 곽경근 감독의 선수 선발 특혜 논란 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등 올해 초부터 파문을 일으켜 ‘가장 프로답지 않은 프로팀’이라는 오명을 썼다.
K리그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심판에 대한 불신도 서글픈 현실이다. 심판들도, 프로연맹도 “심판들은 발전했고 또 달라졌다”고 하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드물다. K리그 구단들은 여전히 “특정 심판이 특정 팀을 암묵적으로 밀어주고 있다”고 믿고,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판정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박종환 감독
그러나 프로연맹은 “심판 판정 이야기가 자꾸 거론되면 프로축구가 어둡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심판 판정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며 언론에도 판정 논란 언급을 자제시키고, 공식 석상에서 판정 이야기를 입에 담는 지도자들에게는 규정을 들이대며 가차 없이 칼날을 휘두른다. 프로연맹은 문제가 밝혀진 심판에 ‘출전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하는데,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밀실행정이라는 지탄이 나와도 할 말이 없다.
월드컵이 임박한 이 시점. 국민적인 사랑과 지지가 쏟아져야 하지만 이래저래 힘을 빼놓는 사안이 많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