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거리에서 헌팅당해 즉석 누드를 찍은 이아무개씨는 “처음엔 두려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1) 거리서 픽업해서… 2)오디션 거쳐… 3) 이제 찍어볼까 | ||
소위 ‘길거리 헌팅’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모델의 ‘격’은 약간 다르다. 패션모델이나 광고모델이 아닌 성인방송을 위한 아마추어 누드모델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성인방송 및 잡지에서나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길거리 즉석 헌팅 누드 촬영’이 실제 국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처음 잠행 취재를 준비할 때만 해도 ‘설마 난생 처음 보는 남성의 누드모델 제의를 받아들일 일반 여성들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강했으나 놀랍게도 스무 명에 한 명꼴로 이 제의를 수락하는 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즉석 헌팅 누드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충격의 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지난 3월 하순 취재진은 한 인터넷 성인방송의 운영자인 황아무개씨(46)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자신의 방송에서는 전문 모델이나 에로 배우들을 전혀 쓰지 않고 모두 일반 여성들만을 상대로 누드를 찍는다는 것. 그리고 그 일반 여성들은 시내 한복판에서 직접 자신이 길거리 헌팅을 통해 섭외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일본에서나 있을 법한 ‘길거리 즉석 헌팅 누드 촬영’이 실제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셈이 된다.
지금껏 비디오 영화나 일부 성인 방송에서 길거리 헌팅을 흉내낸 프로그램은 모두 전문 모델이나 배우를 사전에 섭외해서 연출한 것에 불과했던 터. 황씨의 말대로라면 실제 국내 일반 여성들 가운데 그런 즉석 제의에 응하는 대담한 여성들이 상당수 있다는 반증이 되는 셈이다. 기자는 그의 말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그의 양해를 구한 상태에서 헌팅 현장을 잠행취재했다.
3월24일 서울 신촌의 한 대로변. 거리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의 풍경들이 흐르고 있었다. 황씨는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는 “길거리 헌팅에도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다”며 “일단 옷차림새와 인상을 통해서 출연 여부를 대략은 눈치 챌 수 있다”고 말했다.
황씨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숨어서 지켜보는 기자에겐 그러나 사전에 했던 그의 말처럼 그리 간단치는 않은 듯했다. 아예 대놓고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는 여성들과 어이없다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처음에는 차분히 이야기를 듣다가도 이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바쁜 길을 재촉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그러기를 10여 차례가 넘었을까. 길거리에는 20대의 젊은 여성들로 넘쳐났지만 일단 성인방송의 특성상 ‘몸매’가 받쳐주어야 하기 때문에 금방 두 시간이 훌쩍 넘어섰다. 이윽고 한 여성과의 대화가 길어지면서 서서히 황씨의 얼굴에는 희색이 돌기 시작했다. 황씨는 그녀를 인근의 한 카페로 데리고 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은 그의 친누나가 운영하는 일반 카페였다.
이미 카페에는 성인방송 카메라 PD와 운영진 서너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곳 카페는 낮에는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즉석에서 헌팅된 여성들을 데리고 와 촬영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것처럼 보였다.
황씨의 손에 이끌려 카페에 온 여성은 27세의 이아무개씨. 그녀는 현재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동시에 여성용 액세서리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옆 칸에서 차를 마시며 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커피가 나오고 그들 사이에서는 좀 더 은밀한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황씨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 길거리 헌팅시에는 처음부터 ‘누드모델’을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저 ‘모델’ 정도로도 괜찮다고 일단 관심을 유도한 후에 카페에까지 들어오게 되면 그때서야 사실을 털어놓는다고. 하지만 일단 모델을 지망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굳이 그것이 누드인지 아닌지는 크게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 황씨의 말이다.
촬영을 위한 설득작업은 거의 정형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단 조심스럽게 성인방송이라는 것을 알린 후 “얼굴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며 안심을 시킨다. 그 후 모델료라는 ‘당근’을 던진다고. 3시간 정도 걸리는 1회 촬영에 30만원에서 50만원 사이를 제안했다. 이렇게 출연료의 폭을 넓혀놓은 것 역시 모델의 적극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최종적으로 황씨는 이씨에게 “그저 몸매만 보여주면 되니까 편안하게 생각하라”며 여성을 안심시켰다. 물론 이때부터 촬영카메라는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략 20여 명의 여성을 접촉하면 그 중 2~3명 정도가 카페까지 들어오고, 다시 그 중 한두 명 정도가 최종적으로 출연에 응한다고 한다.
황씨와 이씨 간에 어느 정도 합의가 된 후 곧바로 오디션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 오디션은 사실 본격적인 누드 촬영에 앞서 여성의 경계심과 마음을 풀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치마를 걷어 보라”, “가슴을 한 번 보자”라고 하면서 몸매에 대해 칭찬을 해주었다.
이씨는 한눈에 봐도 뛰어난 몸매임을 알 수 있었다. 얼굴이 공개되지 않는 탓인지 미모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첫 번째 촬영은 브래지어를 약간 풀어헤치고 치마를 걷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그 후 점점 강도를 높여 가면서 전신누드 촬영으로 이어졌다.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약간의 ‘변태성’이 가미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한 남자 출연배우가 여성의 벗은 몸에 맥주를 뿌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남자배우는 연신 “좀 차가울 테니 참으라”며 공손하게 배려해주기도 했다. 최종적으로는 화장실에서의 촬영이 있었다. 몰카의 형식을 빌어 화장실에 앉아있는 여성의 모습을 찍음으로써 성인사이트 회원들의 관음증을 최대한 만족시켜주고자 하는 것 같았다.
촬영은 약 3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황씨는 이씨에게 “오늘 열심히 해주어서 고맙다”며 40만원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그는 이씨의 전화번호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잠시 후 카페 창문 너머에는 다시 태연하게 길을 걷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지난 3시간 동안 그녀에게 일어났던 일(?)을 눈치 챌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날의 촬영에 대해 성인방송 PD인 박아무개씨는 “오늘은 그나마 상당히 성공적인 경우”라며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생기는 해프닝도 많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촬영에 응했지만 점점 촬영이 진행되면서 쑥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도중에 도망가는 여성도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촬영도중 진짜 흥분을 하는 여성도 있다고 한다. 박 PD는 “등에서 땀이 흐르고 저절로 신음소리를 낼 때는 정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