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태양광발전소. 연합뉴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한화케미칼은 태양광부문 영업이익 흑자 기대감에 들떠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숫자가 문제일 뿐 흑자 전환은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한화케미칼 태양광부문은 2011년 2분기 적자 이후 12분기 만에 흑자 전환하게 된다.
지난 4월 23일 잠정 실적을 공시한 OCI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OCI는 지난 1분기 2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한 실적이다. 지난해 4분기 432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지난해 1분기) 236억 원의 적자에서 흑자 전환한 것.
SK그룹의 태양광사업 계열사인 SKC솔믹스의 실적도 대폭 개선됐다. 지난해 1분기 44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던 SKC솔믹스의 지난 1분기 적자는 6억 원으로 확 줄었다. 2분기에는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C솔믹스에 대해 “올해부터 태양광부문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태양광업체들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시화하면서 태양광산업이 길고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4월 10일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2014년 1분기 신재생에너지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태양광 설치는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중구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빌딩 전경.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케미칼이 입주해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또한 올해 태양광산업이 “대형 발전 중심 수요에서 소규모·가정용 수요로 넘어가는 원년이 될 전망”이라며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폴리실리콘을 비롯해 웨이퍼·잉곳, 모듈 등 태양광의 주요 제품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점도 업체들에는 고무적이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2014년엔 국내 태양광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며 수출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양광산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의 생각도 대동소이하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유럽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국, 일본 등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며 “저비용 고효율 제품을 누가 먼저 만드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OCI 관계자는 “발전 설치량이 증가하고 폴리실리콘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태양광 발전설비 원료에 해당하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한때 1㎏당 15달러까지 추락했지만 지금은 20달러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25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태양광업체들의 설비 증설과 생산 증가, 자본 확충 등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웅진에너지는 지난 4월 제3자배정 방식의 증자를 통해 13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웅진에너지는 이 자금을 “설비 업그레이드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자금 마련과 시설·설비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OCI다. 지난 2월 이우현 OCI 사장은 “폴리실리콘 증설 및 미국 태양광발전소 생산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2011년 이후 3년 만에 폴리실리콘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겠다는 것. 그만큼 시장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증설한 설비의 제품 양산 시점은 내년 3분기로 잡고 있다. 이수영 OCI 회장의 차남 이우정 대표가 맡고 있는 태양광 웨이퍼·잉곳 업체인 넥솔론도 지난 3월 제3자배정 방식 증자를 통해 140억 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 자금 조달’이 목적이다.
OCI그룹 본사.
그 암흑기를 거치고 이제야 빛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한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지난 2~3년간에도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공급 과잉이 심했던 것이 침체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버텨내지 못한 기업들이 쓰러지고 정리되는 치킨게임이 끝나가면서 공급 과잉 문제도 점차 해소돼가고 있다”며 앞날을 밝게 내다봤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철수한 것과 달리 우려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태양광에 올인한 한화는 이제는 ‘업황 회복에 따른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급 과잉이 완전히 해소됐는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 업황이 살아나면 또 다시 여러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고 생산설비를 증설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다른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이제 겨우 적자를 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업황이 살아나기를 기다려 다시 시장 진입 기회를 노리는 업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지난 2년 같은 침체기를 경험할지 모른다는 우려다.
그러나 한 번 뜨거운 맛을 본 탓에 무리하게 시장에 진출하거나 생산설비를 증설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앞서의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도 버텨내지 못하고 줄줄이 철수했을 정도”라며 “진입은 쉽지만 살아남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업체들이 다시 뛰어들지는 의문”이라며 예전 같은 현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