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하지만 최근의 경기 불황과 높은 실업률은 새로운 유형의 꽃뱀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른바 ‘성추행 꽃뱀’이 그것. 증인이 없는 폐쇄된 공간인 택시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돈을 요구하는 등 신종 꽃뱀의 대담한 수법을 취재했다.
지난 3월 말 경기도 수원의 한 택시 회사 아침 조회시간.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간부는 오늘도 어김없이 ‘중요수칙’을 기사들에게 전달했다. 그 중에서 특이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밤늦게 야한 옷차림으로 혼자 타는 여자를 주의하라”는 내용.
왜냐하면 얼마전 이 회사의 택시 기사 중 한 명이 ‘성추행 꽃뱀’에게 톡톡히 당했던 것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택시 기사 간부에게 전해들은 사연은 이렇다.
택시 기사 한아무개씨(37)는 2개월 전 수원시내에서 여성 손님 한 명을 옆자리에 태웠다. 시간은 대략 오후 8시경. 저녁 시간이라 주위에는 이미 어둠이 깔린 상태였고 외부에서는 택시 안을 쉽사리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택시기사가 손님을 태우는 것은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에 불과했다. 그저 여성의 치마가 유난히 짧은 것이 눈에 띌 뿐이었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이니까 ‘그러려니’라고 생각했다고. 목적지를 물어보니 한 경찰서였다.
중요한 것은 그때부터 여성의 행동이 조금씩 이상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짧은 치마를 자꾸만 조금씩 올리고, 불편하다는 듯이 몸을 꼬기도 했다. 특별히 흑심을 품지 않더라도 이런 경우 옆자리의 남성으로서는 자꾸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잠시 후 경찰서가 가까워오자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택시가 채 정차하기도 전에 갑자기 여성이 문을 열더라는 것. 당황한 한씨는 급정거를 하게 됐고 여성은 쓰러질 듯 달려가면서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며 멍한 상태로 있던 한씨. 처음에는 돈을 내지 않으려고 도망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문을 박차고 나간 여성은 경찰서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찰에게 달려갔고 “택시 안에서 택시 기사에게 성추행당했다”고 신고를 해버린 것. 경찰은 그 즉시 택시 기사를 경찰서 안으로 데려갔다.
그녀의 진술은 매우 절묘했다. “택시 기사가 앉아있는 나에게 손을 뻗쳐 다리와 가슴을 만졌고 성관계를 암시하는 말을 했다” “마침 경찰서가 앞에 보이길래 문을 열고 탈출을 시도했다” 등이었다.
여기에 그녀의 짧은 치마가 그 진술에 ‘신빙성(?)’을 더해 주는 듯했다. 택시 기사는 아무리 항변을 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1천만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요구했고 결국에 5백만원 수준에서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물론 한씨의 동료들은 “한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어떤 바보 같은 택시 기사가 경찰서 근처에서 손님을 성추행하겠느냐”고 말하며 한씨에게 “명예훼손 및 무고죄로 맞고소하라”고 조언을 했다고. 하지만 설사 법정까지 간다고 해도 증인이 있을 수 없는 밀폐된 택시 내의 공간에서 이뤄진 사실에 대해서 한씨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
결국 한씨의 입장에서는 ‘미친개에 물렸다’고 생각하며 합의를 해주었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사연이 택시 업계에 알려지면서 앞서 언급한 수원의 한 택시 업체는 ‘성추행 꽃뱀 특별경계령’까지 내리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신종 꽃뱀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한 성을 이용해 돈을 벌어보겠다는 황금만능주의라는 측면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