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빌딩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사실상 삼성그룹의 모든 힘은 삼성전자에서 나온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삼성 관계사가 가진 지분율이 17.66%에 불과하다. 자사주 11%를 포함해도 내부 지분율은 29%에 그친다.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눈다고 할 때 지주사의 사업회사 지분율이 법정 최소기준인 30%를 밑돈다. 1%포인트 차이에 불과하지만, 그 가치가 2조 원에 달한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2조 원을 들여 삼성전자 지분을 살 곳은 거의 없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그만한 자금력이 있지만, 고객 돈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비난 여론에 부딪힐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늘리는 방법으로 30% 기준을 맞출 것이 유력하다. 자사주매입은 ‘친주주 정책’이라는 점에서 주가에 호재다.
#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 기업이면서도 그동안 주식시장에서만큼은 그 위상에 어울리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 특히 건설업 부진이 계속되면서 할인 폭이 컸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계열사 지분조정과 향후 후계구도에서 삼성물산의 역할은 중요하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 이재용 부회장의 ‘병참’ 역할을 할 삼성SDS 지분 17%, 곧 합병할 삼성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 지분 27.3%와 38.7%를 보유 중이며, 삼성엔지니어링(7.8%)과 제일기획(12.6%)의 최대주주다. 이들 계열사 지분가치만도 현재 시가총액 11조 원과 맞먹는다. 그동안 이들 계열사 지분은 무수익 자산에 가까웠지만, 후계구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 삼성SDI
삼성SDI가 제일모직과의 합병계획을 밝혔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 때문에 합병발표 후 주가는 오히려 전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그런데 삼성SDS 상장계획 발표와 이 회장 입원 이후 주가 상승세가 뚜렷하다. 이유는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 7.18%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데 있다.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라는 순환출자를 끊으려면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을 파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다. 유망한 주식자산을 현금화할 기회를 갖는다는 게 투자 포인트.
삼성물산의 삼성그룹 지분율은 14%에 불과하지만, 13%가 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실질 내부 지배력은 이미 30%에 가깝다. 이 부회장 등 일가가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만 인수하면 여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 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10%, 11%에 불과한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을 30%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 실제 최근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삼성화재와 삼성증권도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
# KCC
삼성SDS 상장 계획이 발표된 지난 9일, 이건희 회장의 입원 직후인 12일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의외로 KCC였다. 삼성에버랜드 지분구조를 보면 이재용 25.1%, 이부진·이서현 사장 8.37%, 그리고 삼성카드·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 4개사가 17%를 보유 중이다. 그리고 외부주주로서는 유일하게 KCC가 17%를 들고 있다. 17%를 들고 있는 삼성 4사와 KCC가 세 남매 중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과반이 갈릴 수 있다.
게다가 삼성특수관계인과 달리 KCC는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처분할 수도 있는 위치다. KCC는 지난 2011년 이 지분을 7741억 원(주당 182만 원)에 매입했는데, 당시 장부가(주당 213만 원) 대비 14.5% 할인된 값이었다. KCC는 지난해 말 기준 이 지분을 8881억 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
삼성 ‘키맨’은 누구 ‘법적결정권’ 사내이사 4인방 주목 이건희 회장의 입원 치료가 지속되면서 삼성그룹의 의사결정 구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일반적인 경영 사안은 각 계열사별로 이뤄지지만,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의사결정은 이 회장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그룹의 사령탑은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 부회장이다. 아울러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의 힘만으로는 2% 부족하다. 지분은 있지만, 당장 회사 의사결정권을 가진 이사회 멤버가 아니다. 이 때문에 삼성 지배구조 핵심 기업들의 사내이사들이 ‘키맨’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법적으로 삼성 의사결정권을 좌우할 10명의 최고경영자(CEO)들이다. 삼성전자 경영에 대한 법적 결정권은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이상훈 사장, 사내이사 4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에 있다. 삼성전자 의결권 7.56%와 4.06%를 행사할 법적 주체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대표이사인 김창수, 최치훈 사장도 당연히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가진 4개 계열사도 지배한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지배하면 지주사 격인 삼성에버랜드 지분율 17%를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한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와 삼성 계열사, KCC 간 지분율이 팽팽한 상황에서 15.2%에 달하는 자사주 처결권을 가진 이사회가 중요하다. 삼성에버랜드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는 윤주화·김봉영·배진한·정세찬, 4명의 사내이사로 구성돼 있다. 윤주화 대표는 삼성전자 감사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 측근으로 분류할 만하다. 김봉영 대표는 삼성 감사팀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이 부회장이 개인 최대주주인 삼성SDS에서 삼성에버랜드로 발탁된 경우다. 배진한 정세찬, 두 이사는 각각 건설리조트와 패션부문 안살림 책임자로 각각 이부진·이서현 사장을 보좌하는 역할이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