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완종 대아 회장 | ||
천안지청은 최근 대아건설이 2002년 대선 직전 8개의 하청업체로부터 2억원씩, 총 16억원을 받은 사실을 새롭게 밝혀내고 이 돈의 정치권 유입 여부에 대한 수사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그런데 대아건설은 이미 지난 연초에 대검 중수부의 불법 대선 자금 제공 기업 리스트에 올라 조사를 받았던 기업이었다.
당시 대검은 대아건설이 이상수 의원(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본부장)에게 건넨 3억원을 포함,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수십억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포착하고 정밀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대검은 노무현 캠프측이 대선직전 대아건설로부터 2억원을 받았으며 전액 영수증 처리했다는 부분만 발표했을 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지난 3월 대검의 중간 수사 발표 결과에서도 대아건설의 이름은 빠졌다.
이런 와중에 천안지청이 대아건설의 정치 자금 제공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게 되자 대검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천안지청의 수사건은 대검 수사의 연장이 아닌 천안지청 단독 수사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결과에 따라서는 자칫 대검의 부실 수사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태.
또한 안대희 중수부장이 직접 나서서 “대아건설에 대해서는 확실한 제보도 있어 충분히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던 바가 있다. 그럼에도 대아건설 수사에 성과를 올리지 못한 대검으로서는 천안지청의 수사 착수 사실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천안지청의 수사 소식을 접한 검찰 주변 관계자들 사이에서 대아건설의 자금이 들어간 곳으로 자민련이 거론되는 점 역시 대검으로서는 무척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대검은 대아건설 수사 당시 “자민련은 해당 사항이 없다”라고 누누이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천안지청에서 대아건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3월8일 대검의 대선 불법 자금 수사 중간 발표 이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천안지청의 수사 표적이 대아건설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충북 충주 소재 효명건설이 대상이었다. 이 회사의 대표가 허위 세금 계산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회사 공금 2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잡고 수사를 진행하던 중 대아건설이 걸려든 것이다.
천안지청은 효명건설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이 회사가 2002년 대선 직전 대아건설에 2억원을 전달한 흔적을 포착했다.
천안지청은 곧바로 대아건설 관계자를 소환했고, 그들로부터 대아건설이 8개 하청업체로부터 2억원씩 총 16억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효명건설을 수사하기 전부터 천안지청은 대아건설을 예의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지청은 지난해 10월 주가조작 혐의로 대아건설의 자금 담당 관계자와 박아무개 사장을 기소한 바 있다. 당시 대아건설은 2002년 미국의 9·11 테러 직전 72억원의 유상 증자를 공시했다. 그러나 테러 여파로 회사 주가가 액면가 이하로 폭락하면서 증자가 여의치 않자 하청업체 네 곳을 동원, 자금을 보내준 뒤 그 돈으로 대아건설 주식을 액면가 이상 액수로 매수하게 했던 것.
▲ 지난 3월8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초 대선자금 제공기업 리스트에 올라 있던 대아건설이 이날 발표에서는 이름이 빠졌다. | ||
현재 천안지청은 대아건설이 하청업체로부터 받은 16억원이 정치권으로 유입됐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미 대아건설의 박 사장과 자금담당 전아무개 이사를 통해 하청업체로부터 16억원을 받은 진술을 확보했다.
천안지청은 조만간 대아건설 성완종 회장을 소환해 16억원의 사용처를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 천안지청은 지난 5월11일 성 회장을 출국금지시켰다.
자금의 정치권 유입 정황을 아직 포착하지 못했으나 검찰 주변에서는 성 회장이 17대 총선에서 자민련 비례대표 2번으로 나섰고, 오래 전부터 김종필 전 총재 및 자민련 충청권 의원들과 막역한 사이였다는 점에 주목하며 자금의 정치권 유입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는 눈치다.
한편, 천안지청의 대아건설 수사 사실이 공개되면서 대검의 대아건설 수사 진행 상황 및 중간 결과에 대해서 관심이 재집중되고 있다.
대검은 지난 1월부터 대아건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1월19일 대아건설 및 계열사 네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며칠 뒤에는 대아건설 성 회장을 극비리 소환해 자금 사용처에 대한 집중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대검은 대아건설이 한나라당, 민주당에 모두 불법 대선 자금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실제 안대희 중수부장도 “그 액수는 수억원이 아닌, 수십억원”이라고 언급했을 정도.
대검은 1월27일 이상수 의원에게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대아건설에 대한 수사 의지를 드러낸 바 있었다. 지난 2월에는 성 회장의 자금이 이재정 의원을 거쳐 이상수 의원으로 들어갔다는 구체적인 관련자 진술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3월 이후 대아건설에 대한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그 이름마저 대선 자금 비리 수사 선상에서 슬그머니 빠져버렸다.
시점은 3월8일 대검의 불법 대선 자금 수사 중간 발표 이후부터. 대검은 당시 이상수 의원의 불법 자금 수수 액수를 발표하면서, SK와 현대자동차로부터 16억6천만원, 금호와 한화로부터 16억원 등 총 32억6천만원이라는 사실만 발표한 것. 자신했던 이재정·이상수·대아건설 커넥션은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검찰 일부에서는 지난 3월11일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대아건설의 경우, 돈을 받은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편법 자금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힌 이후부터 대검이 아예 대아건설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이밖에 검찰 주변에서는 지난 1월21일 안 중수부장이 “대아건설 성 회장을 조사하면서 다른 혐의도 있지만 불법 대선 자금과 관련된 부분만 수사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 그 ‘다른 혐의’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안 중수부장은 98년 천안지청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그 자신이 “확실한 혐의가 있다”고 공언했던 대아건설 수사가 과거 친정집 후배 검사들에 의해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