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기자와 만난 주선회 재판관(오른쪽)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임준선 기자 | ||
주 재판관을 만나 역사적인 탄핵 심판의 순간, 마지막 평의 분위기, 결정문 초안 작성 및 배포할 당시의 심정, 두 달간 언론은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입조심을 시켜야 했던 안타까운 심경 등을 듣기 위해서였다. 소수 의견 배제 이유 등 대답하게 곤란한 질문은 코너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일체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법조계에서 정이 많고 꼼꼼하기로 소문난 주 재판관의 독특한 업무습관과 69년 사법 1차 시험에 수석 합격한 뒷이야기, 법관이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내와 20대 중반을 넘어선 두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바람 등 독자들이 궁금할 만한 가벼운 질문을 가지고 정겨운 인터뷰를 나눠 보려 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오전 아파트 입구를 나선 주 재판관은 기자의 얼굴을 보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주 재판관은 헌법재판소에 휴가를 낸 뒤 가족과 함께 외출에 나서던 중이었다.
아파트 관리자에게 주 재판관이 자택에 있는지 여부만을 확인한 뒤 아파트 앞 주차장에서 주 재판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주 재판관은 기자가 옆으로 다가서자 “예의가 없다”며 꾸짖기 시작했다. 기자가 집으로 찾아온 사실에 심히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연락도 없이 무례하게 자택을 방문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했지만 주 재판관의 화는 풀릴 줄 몰랐다. 주 재판관은 “기자들에게 시달린 지 두 달이다. 왜 왔냐. 예의도 없냐”며 다그쳤다. 옆에서 지켜보던 부인이 주 재판관의 팔을 잡아 끌 정도로 그는 무척이나 화가 나 있었다.
탄핵 심판 이후 헌재로서는 공개되는 자체가 껄끄러운 부분에 대한 갖가지 소문과 해석이 난무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주심이었던 주 재판관의 신경이 날카로울 것이란 점은 예상했던 터였다.
하지만 주 재판관의 언론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은 예상을 넘어선 것이었다. 탄핵 결정 이전과 마찬가지로 탄핵 결정 이후에도 여전히 재판관들에게 남아 있는 부담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 단면이었다.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