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세월호 참사 대책위원장단 연석회의에 참석하는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전략공천 논란을 겪은 안 대표의 당내 입지가 좁아지자 일각에선 분당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최근 광역의원 비례대표에 도전한 서울시의회 김형태 교육의원은 “당에서 교육의원 제도가 사라지는 대안으로 광역 비례대표 공천 1명을 약속했다. 교육계는 저를 단수후보로 추천했지만 저는 경선도 못해보고 안철수 사람심기에 밀려났다”며 “안철수 측 인사들이 대부분 지방선거 경선에서 밀리자 비례대표에서 사람심기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당의 한 관계자도 “공천이 끝날 때까지 공심위 회의에 계속 참석했는데 안철수 측 인사들은 청년 문제가 나올 때면 유독 적극적이었다”면서 “결국 청년층을 비례대표로 자리를 많이 줬는데 취지는 좋지만 대부분 안철수 대표 측 후보들이다. 안 대표 측 청년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왔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공천 잡음에 대해 민주당에서 20년간 일해 온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로 필요에 의해 합당하긴 했어도 안 대표 입장에서는 너무 이른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며 “안 대표는 대권을 바라보는 사람인데 벌써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버렸다”고 평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안철수 대표가 5 대 5 지분을 확보하려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그만큼 안 대표의 새정치 이미지도 상처를 입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정치 관계자는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 지분을 확보하려면 자기 사람을 심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새정치 이미지가 없어졌고 당내 입지도 많이 약해졌다”면서 “관건은 지금부터다. 새정치 이미지를 잃은 안철수 대표가 정치권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대표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번 지방선거 이후 야권의 대권주자들의 기 싸움이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재·보궐 선거에서 손학규 정동영 전 의원이 중앙 복귀를 노리고 있고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가 재선에 성공하면 대권주자 물망에 오르게 된다. 최근에는 문재인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해경 해체를 비판하는 등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대권주자로서의 입지 다지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공천 논란을 겪은 안 대표의 당내 입지가 좁아지자 일각에서는 분당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창당과 공천을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결정으로 이끌어왔는데 최근 당내에서는 김한길 안철수 대표의 사이가 예전처럼 긴밀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도부 내에서도 민주당계 최고위원들과 안철수계 최고위원들이 제대로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분당의 한 이유로 지적된다. 하지만 현재 안 대표 측에 현역 의원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분당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선거를 앞두고 창당 과정을 거쳐 오다가 민주당과 합당한 것도 인력부족이 큰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무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의 승패도 안 대표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는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서부터 새누리당 후보들과 박빙의 대결을 보이며 부산에 야권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부산 출신인 안 대표도 민주당과 합당하기 전 꾸준히 오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관심을 보여 왔고 오 후보도 안 대표와 접촉하며 입당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오 후보는 결국 안 대표가 민주당과 합당한 것에 실망감을 표하며 무소속으로 남았지만 최근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양보를 통해 단일화를 이뤘다. 정치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오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데다 안철수 측과 가까운 조경태 의원의 지역구가 부산인 만큼 오 후보가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게 되면 안철수 대표에게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게 되면 오는 재·보궐 선거에서 안철수계 인사들을 배출해낼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현재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인사 중 재·보선 출마자로 물망에 오른 이들은 경기도지사 후보에 도전했던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과 이계안 김효석 전 의원, 금태섭 대변인 등이다.
김상진 뉴코리아 정책연구소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지방선거 이후 각 지구당 창당대회가 남아있다.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도 이기면 지구당위원장들을 선출할 때 (안 대표가) 자기 사람을 넣을 수도 있다. 재·보선도 아마 승리할 만한 후보들 위주로 배정되겠지만 안 대표의 입지가 강해지면 안철수계 인사가 들어갈 가능성도 더 커지게 된다”면서도 “지금 대외적으로 새정치 이미지를 많이 잃었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하게 되면 대권주자로서 가는 길이 더 험난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