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20여일째 병원에 입원중인 상황에서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을 추진키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계열사’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다. 이러한 삼성그룹의 지분 구조상 삼성에버랜드는 실질적인 지주회사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또한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핵심인 삼성생명의 2대 주주(지분 19.34%)다. 최대 주주는 20.76%의 지분을 보유한 이건희 회장이다.
사진=삼성전자 이건희 회장과 부인 홍라희 여사.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은 이 회장이 3.72%를 갖고 있고,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 25.1%,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이 각각 8.37%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그룹의 3세 승계 구도를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지배구조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았고,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계획은 상당 기간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온 삼성그룹 수뇌부가 3일 전격적으로 삼성에버랜드 상장 계획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후계구도와 관계된 중차대한 사안을 그것도 이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는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이 회장의 건강 상태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병원과 삼성 측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관련된 기사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 회장은 얼마전 일부 언론에서 의식회복이 길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하자 곧바로 일반병실로 옮긴 상태다. 이후 지난달 25일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이승엽 선수 홈런 소식을 전하는 중계 캐스터의 함성 소리에 이 회장이 한 차례 눈을 크게 떴다는 단신 기사가 보도되기 했다.
사진= 이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28일 사장단 회의가 끝난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이 회장의 병세와 관련해 “엊그제 말씀대로 외부 자극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좀 더 강해지고 있다. 의료진은 좋은 신호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 회장 건강 소식은 잠잠해 졌고, 6일 뒤인 오늘(3일) 삼성에버랜드 상장 추진 계획이 전격 발표됐다. 이는 삼성의 후계구도와 직결된 중차대안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의 추인 내지는 사전 추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그룹이 3세 경영 승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분명 이 회장의 건강상태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과연 삼성그룹이 3세 경영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추인이 있었는지 여부와 맞물려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초미의 관심사로 재부상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