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창원 | ||
유영철이 검거 후 애써 신창원과의 친분을 강조하고 나서 그 배경에 대해 궁금증을 낳고 있다. 그는 “신창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신창원과 달리기 팔씨름을 해서 이긴 적이 있다”는 말을 경찰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 확인 결과, 유씨의 이 같은 발언 역시 근거가 없는 얘기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유씨와 신씨의 복역 내용을 비교해보면 청송교도소에서 며칠 정도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한 관계자는 “신씨는 독방을 쓰기 때문에 감방 동기라는 것은 말도 안되고, 혹시라도 운동 시간에 한번 슬쩍 봤거나 아니면 그냥 신씨가 교도소 내에서 유명하다 보니 소문을 듣고 그런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유씨가 실제 신씨와 접촉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신창원 벤치마킹’의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실제 유씨의 범행 동기와 범행 대상, 경찰을 비웃는 듯한 발언 등은 마치 신씨의 범행을 보고 그대로 공부를 한 듯 싶을 정도.
신씨는 어릴 적 이웃집 가게 물건을 훔친 죄로 교도소에 잡혀 가지만 않았어도 자신의 인생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얘기했던 바 있다. 유씨 역시 고등학교 2학년 때 절도 혐의로 교도소에 처음 들어가게 됨으로써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전과자의 삶을 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소외를 당하고 사회에 대한 좌절감을 키워온 것이 두 범죄자의 공통점이다.
부자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 또한 공통적이다. 유씨는 강남과 혜화동 등지의 부촌을 배회하다 빈 집 담을 넘어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고, 신씨는 “강남의 한 주택가에 외제차가 늘어서 있어서 몰래 들어갔다”고 해 유사성을 보인다.
신씨는 또 “내 앞에서 10분 이상 버티는 경찰은 없을 것”이라며 경찰을 비웃는 듯한 탈주를 감행했다. 유씨 또한 “경찰이 현장검증을 보다 철저하게 했으면 나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의 허점을 비웃었다.
특히 두 사람은 사회적 좌절감을 여성으로부터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강했다. 신씨는 도주 과정에서도 12명의 여성과 염문을 뿌렸고, 유씨의 경우에도 아내와의 이혼, 그리고 동거녀와의 이별이 살인 사건의 원인이 되었다.
신씨가 그림에 상당한 소질을 나타냈고, 일기를 쓰는 등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의 일면을 나타냈는데, 유씨 또한 이와 비슷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그의 그림 실력은 신씨를 훨씬 능가할 정도라는 것.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는 등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도 신씨 못지 않다.
신씨가 자신의 범행과 도주행각에 대해 일종의 자기도취에 빠져 있었던 것처럼 유씨도 자신의 범행에 대해 변명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유씨는 범행 직후나 검거 이후에도 부끄러워하거나 후회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씨는 검거 후 탈주를 노렸고, 또 실제 탈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만약 그가 영등포에서 잡히지 않았다면, 그는 자신의 의도대로 지금 ‘제2의 신창원’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