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조카가 털어 놓은 얘기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모부인 권 씨가 자신을 여러 차례 성폭행했다는 충격적인 얘기였다. 게다가 조카는 이제 22세인 젊은 아가씨였다. 남편의 파렴치한 행각과 더불어 그 상대가 나이도 한참 어린 조카라는 사실에 A 씨는 이게 정말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어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런데 조카로부터 밝혀진 사건의 실상은 더욱 큰 충격을 예고하고 있었다. 조카의 어머니, 즉 자신의 친언니인 B 씨(46)도 권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토로한 것이다.
여기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내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니 자신의 첫째 언니인 C 씨(51)까지도 권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을 들은 것이다. 첫째 언니와 둘째 언니, 조카 등 집안 여자들이 사실상 거의 다 피해자인 사실에 A 씨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일까. 경찰에 따르면 권 씨는 성폭행을 상당히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씨가 사용한 대표적인 범행도구는 ‘수면제’였다. 권 씨는 “불면증을 앓고 있다”며 의사에게 처방전을 받아 수면제를 꾸준히 받아왔다. 2009년부터 모아온 수면제는 집안 한 곳에 고스란히 모아놓았다.
이후 수면제는 불면증 치료제가 아니라 범행 도구로 사용됐다. 권 씨는 “얘기를 나누고 싶다”며 첫째 처형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커피 한 잔을 내왔다. 그런데 커피 안에는 사전에 권 씨가 탄 수면제가 가득 녹아들어 있었다. 처형은 커피를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잃었다. 이때를 이용해 권 씨는 첫째 처형을 성폭행했다. 처형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지만 일은 이미 벌어진 후였다.
둘째 처형도 수법은 마찬가지였다. 수면제 커피를 마신 둘째 처형 역시 권 씨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처형의 딸인 조카 역시 수면제 커피로 인해 권 씨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두 다 자신의 집으로 놀러 온 친척들을 표적으로 삼은 셈이다.
충격적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권 씨는 성폭행 후 처형과 조카의 알몸 사진을 찍어둔 것으로 밝혀졌다. 알몸 사진의 용도는 ‘협박’이었다. 아무에게나 함부로 얘기를 하지 못하게 미리 계획을 짜둔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알몸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며 처형과 조카를 윽박질렀다. 알몸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권 씨는 처형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돈을 뜯어냈다. 협박으로 인해 첫째 처형에게 뜯어낸 돈만 ‘2500여만 원’에 달했다. 둘째 처형에게는 “딸의 알몸 사진도 있으니 이것을 유포할 수 있다”고 협박해 1500여만 원을 뜯어냈다.
이렇게 처형들은 돈을 전달해 권 씨의 협박에서 일부 벗어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조카였다. 돈을 낼 능력이 없던 조카는 권 씨의 협박으로 인근 모텔로 끌려가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라”며 또 다시 성폭행을 당하기 일쑤였다. 조카는 세 차례에 걸쳐 추가로 권 씨에게 유린당하고 만다.
권 씨의 이러한 파렴치한 행각은 결국 참다못한 조카의 폭로로 밝혀지게 됐다. 조카는 권 씨의 아내, 즉 자신의 이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권 씨의 처형들 역시 그동안의 사건들을 토로하게 된다. 결국 권 씨의 부인 A 씨는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권 씨의 뒤를 밟아 곧바로 체포했다. 권 씨가 체포된 장소는 다름 아닌 ‘은행’이었다. 협박을 통해 피해자들로부터 입금된 금액을 찾으러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이미 권 씨는 둘째 처형에게 “추가로 1000만 원을 내 놓으라”며 으름장을 놓은 상황이었다.
결국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권 씨. 경찰은 또 다시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처형과 조카를 성폭행한 것도 모자라 아내의 친구와 이웃집에 사는 여성까지 추가로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난 것. 수법은 모두 ‘수면제 커피’였다. 경찰에 따르면 아내의 친구와 이웃집 여성은 너무 깊이 잠든 탓에 자신이 성폭행당한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성들은 수면제가 든 커피를 마시고 잠든 상태에서 당했다”며 “밝혀진 것 외에도 추가적으로 성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증거확보가 되지 않아 강제추행(성추행) 혐의만 적용한 사례도 있다”라고 전했다.
사건의 전모는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권 씨의 범행이 모두 자신의 집에서 이뤄졌고, 2009년부터 현재까지 벌어진 점에서 미뤄볼 때 권 씨의 아내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느냐는 부분이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아내가 그동안 이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알려주기 곤란하다. 아무래도 가족 내에서 벌어진 일이다보니 세상에 알려지기 꺼려하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처형의 남편들은 아내가 성폭행 당한 사실도 모르고 있다. 그만큼 권 씨의 범행이 치밀하게 이뤄진 부분이 있다. 자칫하면 가정파탄에도 이를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도 퍼질 수 있기에 피해자들은 최대한 조용하게 넘어가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권 씨는 이전에 성폭행이나 다른 전과는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충격적인 범행을 벌인 범인치고는 과거가 깨끗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과가 없음에도) 사전에 수면제를 모아두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부분이 있다. 죄질이 아주 불량하다”라고 전했다. 현재 권 씨는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파렴치한 범죄를 벌인 권 씨의 처벌이 어떻게 내려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친족 간 성범죄 실태 믿는 가족이 더 무섭다 처형을 포함해 여성 5명을 성폭행한 권 씨 사건은 충격적이지만, 이와 유사한 사건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연이은 인면수심의 범죄로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2년에는 처형의 집에 몰래 들어가 처형을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9년이 선고됐다. D 씨(44)는 강도를 가장해 처형을 성폭행하고 현금과 스마트폰을 빼앗은 혐의를 받았다. D 씨는 이어 “성폭행 장면을 촬영했다”며 이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수백만 원을 가로챘다. 친형 집에 얹혀살던 삼촌이 조카를 성폭행해 출산까지 이르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23일 청주지법 형사합의 13부는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로 김 아무개 씨(46)에게 징역 8년과 신상정보 10년 공개 등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중학생이던 친조카 두 명을 한 달간 3차례씩 성폭행하고 모두 임신시킨 혐의를 받았다. 이로 인해 조카들은 정신적 충격에 휩싸여 정신과 입원 치료까지 받게 됐다. 인면수심의 범죄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 5월 20일에는 처형의 손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70대 남성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E 씨(73)는 처형의 손녀인 10대 F 양을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앞서 E 씨는 F 양의 동생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3500만 원에 합의를 하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참다못한 가족들은 B 씨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친족 간 성추행, 성폭행 현황은 지난 2008년 293건, 2010년 369건, 2012년 520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아버지뿐만 아니라 삼촌에 의한 성폭행이 증가 추세에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친족 성폭행은 가족들이 쉬쉬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 드러나지 않은 부분도 많은 상황이다.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고 피의자들에게는 좀 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