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 | ||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비롯해 김한길 열린우리당 의원과 김중권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종근 전 전북지사, 이원형 전 민주당 의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던 서울대 교수 출신의 ㅂ씨 등 6명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20억원을 받은 혐의가 검찰에서 확인된 것이다.
검찰은 조동만씨가 현금 외에도 주식으로 로비를 벌였다는 단서를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조동만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치인이 10여 명에 달할 것이란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조동만씨 비자금 규모는 얼마나 될까. 비자금 규모가 얼마냐에 따라 조동만 게이트의 폭발력을 가늠할 수 있다.
조동만씨는 지난 99년 4월 한솔텔레컴이 보유한 한솔엠닷컴 주식 5백88만주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주당 2백원씩 모두 11억8천만원에 인수하고 그해 10월 주당 7천원씩 4백억여원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뒤 2000년 6월 2천3백억여원을 받고 KT에 주식을 매각했다.
이때 조동만씨가 KT로부터 받은 돈은 전액 현금이 아니었다. 현금 6백66억여원과 당시 시가로 계산하면 1천6백42억원 상당인 SK텔레콤 주식 42만여 주를 인수한 것이다. 어찌됐든 조동만씨가 신주인수권 행사때 자신이 부담했던 4백억원을 제하면 1천9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은 사실이다.
▲ 1.김현철(20억), 2.김중권(4억), 3.김한길(1억), 4.유종근(2억) | ||
조동만씨는 이 돈을 바탕으로 2001년 회선 임대업체인 한솔아이글로브 등 4개의 회사로 구성된 정보통신(IT) 소그룹으로 계열 분리해 한솔그룹에서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한솔아이글로브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재미를 못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벤처기업 상대 창업투자회사인 한솔아이벤처스를 운영하면서 수백억원을 벤처기업에 투자했으나 벤처주가가 폭락, 5백억원 이상으로 알려진 투자금을 대부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동만씨는 또 2000년 4월에는 유망 벤처기업이라는 말에 속아 N사 주식을 액면가보다 25∼30배 비싼 가격으로 13만여 주(17억원)를 샀으나 N사 주식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적도 있다. 사기를 당해 17억원을 날린 것이다.
이처럼 조동만씨는 상당한 자금을 갖고도 사업이 실패하거나 투자금을 날려 나중에는 수백억대 세금까지 체납하는 형편이 됐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조동만씨가 실제로 굴렸던 비자금은 2백억원은 충분히 될 것이라는 것이 검찰의 평가다.
이 가운데 조동만씨는 현철씨에게 20억, 김중권씨에게 4억원, 김한길 의원에게 1억원, 유종근씨에게 2억원, ㅂ교수에게 수천만원 등 이미 정치권에 27억원 가량이 건너간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또 조동만씨가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조동만씨가 한솔아이글로브 등 IT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회사주식을 저가 또는 무상으로 정·관계 인사에게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주식로비 의혹의 흐름도다. 검찰 관계자도 “주식로비 부분과 관련해 확인하는 것이 있다”고 밝혀 관련 첩보가 축적돼 있음을 시사했다.
조동만 게이트는 조동만씨가 검찰에서 자신이 돈을 건넨 정치인을 술술 진술하면서 의외로 쉽게 풀리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금이나 주식이 오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동만씨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문제는 조동만씨 진술을 쉽게 얻어내는 성과는 거두고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만약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검찰 입장에서는 의미없는 진술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 조동만 게이트에서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한길 의원은 2000년 4월 총선 직전에 조동만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돼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일단 김 의원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3년인 정치자금법을 적용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이들이 받은 자금의 성격이 대가성이 있는 것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 혐의나 알선수재 혐의가 입증되면 공소시효는 10년으로 연장돼 모두 처벌대상이 된다.
때문에 검찰은 조동만씨로부터 진술을 받아내고도 자금의 성격과 정확한 자금수수 시기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당 정치인에 대한 소환 여부도 여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현철씨 구속을 신호탄으로 시작된 조동만 게이트의 초점이 현철씨에서 급격히 정치인으로 확대됐지만 관련 정치인 처벌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철씨 변호사인 여상규 변호사는 현철씨가 검찰에 소환된 지난 8일 “누구인지 말할 수는 없지만 조씨가 검찰에서 현철씨 외에 돈을 준 사람이 더 있다는 진술을 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후 언론에서 조동만씨에게 돈을 받은 정치인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그러면서 서초동 주변에서는 조동만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치인이 또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여권 실세 K씨와 L씨, 또다른 정치인 K씨 등 확인되지 않는 이니셜들이 수시로 바뀌면서 퍼지고 있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누군가 고의로 이 같은 소문을 퍼뜨리면서 이번 사건의 초점을 분산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검찰도 오해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언론에 조동만씨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을 흘려 도덕성에 타격을 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다. 때문에 검찰도 최근에는 조동만 게이트와 관련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누군가 물타기를 시도했든 안했든 간에 확실한 것은 조동만 게이트의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