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우선 유씨가 모 월간지 기자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가슴 한쪽이 뻥 뚫린 듯한 허전함에 못 이겨 단세포적으로 고민하여 살아왔던 게 정말 못난 인간이었다고밖에 할 수 없군요”, “처와 이혼 후 저는 빛나는 미래 따위는 상상해 보지도 않았습니다”, “어느 책에서 보니 ‘야뇨증’은 정신적 공허감에서 생긴 병이라고 하더군요. 항상 외롭고 쓸쓸했던 슬픔들이 마음에 축적되어 있다가 밤에 잘 때 긴장이 해소되면서 눈물로 변형된 오줌을 싸게 된다는 게 의학적으로 증명되었다는군요” 등의 문구를 인용하면서 유씨는 검거 후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자 오히려 그것이 반가울 정도로 외로움이 컸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서울의 달>, <며느리 밥풀 꽃에 대한 보고서>, <공장의 불빛> 등 유씨가 자주 본 작품 역시 도시의 황폐함, 개인의 고독과 외로움이 공통적으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유씨가 즐겨 들었던 드라마 <서울의 달>의 주제곡 ‘서울, 이곳은’,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의 노래에서도 공통적으로 외로움과 실연, 그리움 등이 부각됐다고 진단했다.
기나긴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출감한 재소자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하는 장면이 담긴 <쇼생크탈출>이나 주인공이 비행기 불시착으로 무인도에 4년간 갇힌다는 <캐스트 어웨이> 등 유씨가 극찬한 영화에서도 극심한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자세히 묘사돼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올드보이>, <실미도>, <피아니스트>, <쉰들러리스트> 등 유씨가 자주 접한 영화는 모두 수용소와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고 감금과 잔혹한 폭력이 등장하며, 시대와 사회에 대한 탈출 정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난다는 것. 이 교수는 유씨가 이러한 영화 속의 현실과 자신의 현실을 동일시하며 현실 탈출에 대한 강한 꿈을 키워왔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유씨가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오대수가 교도소에서 풀려 나오는 장면을 가장 인상 깊게 생각한다는 후문을 덧붙이기도 했다.
또 이 교수는 부인과 이혼하고 동거녀와 헤어진 뒤 여성들을 살해한 유씨가 <클래식>, <라스트콘서트>, <러브스토리>, <연애소설> 등 남녀가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는 스토리의 영화를 자신이 이야기인 것처럼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명 깊게 봤다고 소개했다.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