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씨 장남 재국씨 가족 소유인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 222번지 일대는 허브 농장 공사가 한창이다. 중앙에 건물 3동과 부대시설 외장 공사는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인다. 왼쪽엔 ‘조각공원’의 흔적이 남아있다. | ||
취재 결과 전씨는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 222번지를 포함한 8필지 총 6천여 평 부지에 건물 세 동을 비롯, 농장 부대시설을 건축하고 야생화 등을 다량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전씨는 5월에 이어 지난 10월4일에도 부인 정도경씨의 이름으로 222-1번지 묘지 자리 2백70여 평을 매입했으며, 최근에는 216번지와 224번지 토지 약 3천5백평을 5년간 임대해 사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신문>은 지난 651호(2004년 11월7일자)에서 전재국씨가 경기 연천 일대의 토지를 대거 사들인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휴전선 부근인 연천은 그동안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각종 개발이 지연된 탓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관심 밖’으로 분류됐던 지역. 그러나 지난 여름을 전후해 신도시 계획, 택지 개발지구사업 계획 등 연천 지역의 땅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굵직굵직한 개발 프로젝트가 구체적인 윤곽을 보이면서 전씨가 매입한 왕징면 일대 땅값도 치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 가족의 ‘연천군 땅’ 매입에 새삼 관심이 쏠리는 것은 전씨가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주민등록 주소지까지 당시 매입한 땅의 지번으로 옮긴 사실이 최근 밝혀졌기 때문.
왕징면 일대는 외부인의 자유로운 토지 매매가 가능한 지역이어서 토지 소유를 위해 굳이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옮길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 전씨가 운영중인 회사와 집이 있는 서울을 놔두고 자신과 가족들의 주소지를 ‘오지’로 옮긴 속사정을 두고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씨가 허브 농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또 다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일단 전씨는 김아무개씨 등 친분이 있는 두 사람과 함께 허브 농장 사업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전씨는 2004년 말까지 농장 오픈을 위한 시설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일단 2005년 1월 중순경으로 완공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22번지에 들어설 건물 세 동이 아직 내부 공사를 완료하지 않아 완공 시기를 늦추었다는 후문이다. 농장을 장식하게 될 허브는 머지않아 네덜란드에서 대거 구입해 국내로 들여올 것으로 전해졌다.
▲ 전두환씨와 장남 재국씨. 왼쪽은 연천 땅 매입 사실을 단독보도한 <일요신문> 651호 표지. | ||
전씨가 매입한 북삼리 땅 대부분은 K대 미술교육과 교수를 역임한 이아무개씨가 소유했던 땅.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이 교수는 98년 이곳 부지를 매입한 뒤 ‘C조각공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미술 조형물을 제작해 전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이 조각공원은 이 교수의 아들이 운영을 맡았고, 이 아들이 해외로 유학을 떠나게 되자 전씨측이 서둘러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부지 전체를 평당 5만원 정도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역 부동산 업자들이 전씨 소유 토지를 평당 15만~20만원 선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입 후 7개월여 만에, 그것도 휴전선 부근의 땅에서 최소 6억원에서 10억원 상당의 평가 차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전씨측은 계속해서 농장 규모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얼마 전엔 서울, 부산 등지의 부동산 업자들이 전씨가 농장을 열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 전씨 주변 땅을 서둘러 입도선매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이런 사정으로 주변 토지 매입이 여의치 않자 대신 전씨는 10월4일 인근 땅인 222-1 묘지 자리를 사들였으며, 최근 216번지와 224번지 토지를 5년간 약 2천1백여만원에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가 허브 농장 사업에 나선 것은 일단 자신의 펼치고 있는 웰빙 문화 사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기존의 사업 아이템을 허브 농장과 연계해 색다른 웰빙 문화를 이끌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
실제 전씨는 시공사 외에도 ‘CASA 리빙 아트 스쿨’을 통해 플로리스트 전문가 과정을 개설하고, ‘저스트고365’라는 여행 포털을 통해 각종 펜션 예약을 대행하고 여행 상품 등을 판매하는 등 문화·레저 사업의 확장을 시도해왔다.
특히 연천군청측이 연천군 일대에 노인을 위한 실버타운, 주말을 보내기 위한 주말주택 등의 테마단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인 것이 허브 농장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상당한 탄력을 불어 넣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각종 개발 계획 등으로 인한 지역 땅값 상승효과도 북삼리 땅을 매입한 전씨측으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니었겠느냐는 게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세제나 법률상의 이득이 거의 없음에도 전씨가 일가족의 주민등록 주소지까지 현지로 옮긴 것은 일단 그만큼 허브 농장에 대한 기대와 애착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북삼리 일대 땅이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먼 미래를 바라보고 투자한 대상이라는 것이다. 과연 전씨의 ‘투자’가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