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한림읍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보낸후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을 한 뒤 머리를 말리고 있다.
17일 새벽 5시. 원 당선인은 한림읍의 한 민박집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상쾌한 새벽공기 대신 불쾌한 악취가 코를 자극한다. 원 당선인은 축산 악취로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호소에 따라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평소 간단한 운동과 아침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원 당선인은 이날 장맛비로 인해 곧바로 한림읍 지역 동네 목욕탕으로 향했다. 뜨거운 탕 안에서 간만에 여독을 풀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오전 6시 반. 원 당선인이 위판장에 들어서자 경매인과 상인들이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한 주민은 “어선에서 폐그물을 바다에 무단으로 버리고 있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원 당선인은 경매현황과 물량 및 가격, 유통 등을 꼼꼼히 살핀 이후 인근 식당에서 속전속결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음 일정을 위해 제주시로 향했다.
오후 1시 30분. 새도정준비위원회에서 제주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민대토론회를 마련했다. 원 당선인은 간단한 인사말을 마치고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마을 심부름꾼 투어를 위해 ‘이동식 사무실’인 버스를 타고 성산읍으로 향했다. 제주도의 업무보고는 버스 안에서 이뤄졌는데, 오늘은 스포츠산업과 담당이 현황을 보고했다.
오후 3시. 수산1리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 이장이 우산을 받혀줬다. 원 당선인은 감탄사와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며 농담을 건넨 후 이장과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갔다. 시흥리에서는 시흥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직접 참석해 “학교가 폐교위기에 처해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간청하고 호소했다. 온평리는 TV를 이용해 마을건의 사항을 프리젠테이션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17일 성산읍 지역으로 마을심부름꾼 투어를 하고 있다.
저녁 8시 반. 고산리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의 무제한 주민토론이 준비됐다. 시간제한 없는 끝장 토론 형식이다. 이날 토론에선 ▲광역상수도 개설 ▲지역고용 창출 ▲학교살리기 지원 ▲월동무 등 밭작물 지원 강화 ▲마을 침수문제 해결 등 다양한 건의사항이 나왔다. 원 당선인은 사회자가 마무리 발언을 하자 “더 하실 말이 없으신가요. 저는 3시간이고 4시간이고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밤 10시30분이 돼야 토론이 끝났다. 자리를 뜰 시간이 되자 원 당선인은 주민들에게 “저도 여러분에게 기회와 힘이 되겠다”고 말하며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가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시간은 밤 11시30분. 원 당선인은 오늘 14개 마을을 방문했다. 버스 미터기에 찍힌 이동거리만 230km나 됐다.
정리=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