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에 참여한 국민들은 ‘국정운영을 못했다’ ‘대통령의 자질이 부족했다’ ‘경제 파탄’ ‘세금낭비’ 등의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을 꼽았다고 응답했다. 여기에 이 전 대통령은 30대 남성과 여성에게서 각각 66.7%와 69.1%의 과반이 훨씬 넘는 수치를 기록해 젊은 층으로부터 가장 비호감인 대통령으로 선정되는 쓴 맛을 봤다.
조원씨앤아이 김대진 대표는 “이 전 대통령 호감도의 핵심은 4대강 문제다. 이에 더해 쇠고기 파동과 기업경영인에 가까운 이미지가 더해져 모든 연령층에서 (비호감)이미지를 포괄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오히려 호감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의 경우 국정원사건과 대선개입 등의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 전 대통령이 30대에서 높은 비호감도 수치를 기록한 데 대해 “이전 여론조사들을 살펴보면 30~40대의 경우 국정원 사건의 몸통을 이명박 정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이 25.6%, 노무현 전 대통령이 6.1%를 기록해 각각 2, 3위를 달렸다. 전 전 대통령을 비호감으로 꼽은 응답 중에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교체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지역별 조사에서는 광주와 전라도 지역에서 전 전 대통령 비호감 응답률(38.0%)이 이 전 대통령의 비호감도 응답률(32.4%)을 앞지르기도 했다. ‘5·18민주화 운동’ 34주년을 맞은 광주지역에서 ‘광주 학살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호감으로 꼽은 이유는 다수의 응답자들이 ‘책임감 없이 목숨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 5.0%, 노태우 전 대통령 4.0%, 김대중 전 대통령 4.0%, 김영삼 전 대통령 3.4%, 이승만 전 대통령 1.6%의 응답률을 보여 비호감도 순위가 정해졌다. 0.1%의 수치였지만 ‘다 똑같이 비호감이다’라는 응답이 등장하기도 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친밀도 여론조사에서 IMF 등의 이유로 주로 하위권을 기록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비교적 비호감을 덜 느끼는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친밀도 조사에서 상위권에 랭크되곤 했는데 ‘자살’에 대한 보수층의 좋지 않은 인식 때문인지 비호감도 3위에 올라 대조를 이뤘다.
역대 대통령 비호감 조사를 종합해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가장 최근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비호감적인 리더십이 국민들의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데다 직설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성향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려 비호감도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외국으로 눈을 돌려 가장 비호감인 국가 지도자도 조사했다. 조사의 범위를 한정하기 위해 중국, 미국, 북한, 러시아, 일본 등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 5개 국가의 지도자를 두고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결과 가장 비호감인 주변국가 지도자에는 일본의 아베 총리가 1위(59.9%)를 차지했다. 아베를 꼽은 응답자들 대부분이 ‘망언을 일삼아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 역사를 왜곡해서’ ‘과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베에 이어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독재자라서’ ‘핵개발을 진행해서’ ‘주적인 북한사람’이라는 이유로 2위(30.1%)에 올랐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김정은의 경우 영토적인 문제와 남북관계에 기인한 비호감도이지만 아베의 경우 우경화와 과거사 사과문제, 원전 재검토, 현 정부와의 관계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뒤를 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 3.9%,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3.1%, 오바마 미국 대통령 1.6%이 뒤를 이었다. ‘소치 동계 올림픽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비호감’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은 나무 좀 심어라’(중국의 황사가 한국으로 넘어오는 이유 때문)는 솔직하고 재치 있는 답변이 등장하기도 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