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로이터/뉴시스
NHK스페셜 <미라클 바디>는 최신 장비를 사용해 사비 선수의 시야와 뇌구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먼저, 사비의 눈 움직임을 ‘안구운동 추적장치’ 영상을 통해 따라가 봤다. 경기 도중 그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고정하는 시간은 0.5초. 찰나의 순간 사비의 시점은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상대편, 동료, 다시 상대편을 순식간에 훑어내어 다음 플레이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고 있었던 것. 반면 같은 실험을 한 스페인의 프로축구리그 선수는 시선의 80% 이상이 공에 집중되고 있었다. 즉, 당장의 플레이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사비(오른쪽)와 일본 선수의 뇌 활성화 부위.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공간을 인지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사비의 공간 인지능력이 일반 선수보다 2~3배는 높다”는 것이다. 또 숫자와 도형을 이용한 다른 테스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사비의 뇌에 대해 “정보처리속도가 굉장히 빠르며, 특히 공간을 단시간에 분석하는 ‘스캐닝’ 능력이 월등하게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MRI 뇌구조 검사에서는 사비의 두뇌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비밀이 여실히 드러났다. 예를 들어, 경기에서 패스할 곳을 선택할 때 다른 선수의 경우 뇌의 ‘전두전야’ 부위가 활성화됐다. 이곳은 의사를 결정하는 데 관계되는 영역으로, 쉽게 말해 어디로 패스를 할 것인가를 머리로 생각하며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MRI로 뇌구조 검사 중인 사비(왼쪽)와 몸에 센서를 붙이고 실험을 하고 있는 네이마르. 사진은 NHK 스페셜 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사비의 뇌는 달랐다. 그의 뇌는 ‘대뇌기저핵’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점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대뇌기저핵은 반복적으로 행한 경험과 지식이 저장되어 있는 곳으로 눈앞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한 수를 순간적으로 선택하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무의식적으로 발휘되는 능력이다. 이른바 ‘직관’이라는 것이다. 사비의 자로 잰 듯한 정확한 패스가 직관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같은 ‘천재성’은 바로 사비의 ‘두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검사 결과를 들려주자 사비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스피드가 부족하고, 신체조건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래서 80~90%는 머리로 축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타고난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단련된 것이다.”
네이마르. EPA/연합뉴스
네이마르의 뇌를 MRI로 분석한 연구원은 “그 비밀은 사비와는 또 다른 뇌의 힘”이라고 지적했다.
실험에서 네이마르에게 주어진 과제는 수비수를 페인트 동작으로 제치고 슛으로 연결하라는 것. 특히 좌우측면, 중앙에서 압박해오는 수비수 8명에 대해 각각 다른 페인트를 써서 속이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결과는 놀라웠다. 동일 실험에서 일반선수는 페인트를 시도하지 못해 그대로 슛을 날리는 등 고전한 반면, 네이마르는 정확히 8번 모두 다른 기술을 사용해 수비수를 제쳤고 슈팅까지 연결했다.
네이마르(왼쪽)와 평균적인 포워드의 뇌 활성화 부위.
또 뇌구조를 분석 결과, 네이마르의 뇌 속에는 유독 대뇌좌반구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이는 ‘정보 갱신에 뛰어난 뇌’라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주변인들의 말에 의하면, “네이마르가 처음부터 훌륭한 선수는 아니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았으며, 압도적인 힘이나 스피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아버지와 코치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끊임없는 반복과 연습을 통해 뇌에 각인시킨 결과, 천재가 탄생한 것이다.
“경험이 쌓일수록 뇌는 더 똑똑해지며, 진화한다.” 어느 뇌과학자의 말처럼 이것이 바로 사비와 네이마르, 두 천재의 비밀이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