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완상씨, 조배숙 | ||
각 당 후보들의 후원회장 이력을 놓고 보면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영입한 후원회장들의 면면이 가장 화려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 후원회장들은 거의 대부분 정치적 행보와는 무관하게 출마자와의 ‘개인적 인연’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경남 사천에 출마하는 한영성 후보의 후원회장은 한 후보의 서울대 1년 선배인 이수성 전 총리다. 법과대생이었던 이 전 총리가 천문기상학과에 다니던 한 후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학 시절 같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였다.
이때부터 우애가 돈독해진 두 사람은 이 전 총리가 국무총리로 재직할 당시 한 후보가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을 맡으면서 대학시절부터 다져진 선·후배간의 정을 ‘관료사회’에서의 호흡으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여러 정치인들의 후원회장직 제의에 거절 의사를 밝혀온 이 전 총리지만 한 후보의 요청만큼은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전북 익산을에 출마하는 조배숙 전 의원의 후원회장은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다. 조 전 의원측은 “(조 전 의원이) 서울대 재학 시절 한완상 전 부총리의 강의를 듣고 열렬한 팬이 됐다”고 밝힌다.
조 전 의원측은 “80년대 초 군사정권의 억압 때문에 투옥됐던 한 전 부총리가 출소하자마자 조 전 의원이 함께 강의를 듣던 친구들을 모두 데리고 위로 방문을 하러 갈 정도로 열성적이었다”면서 “한 전 부총리가 사회학과 교수였고 조 전 의원은 법과대 학생이었지만 (조 전 의원이) 법과대 교수들보다 한 전 부총리를 더 따랐다. 법조계와 정계에 진출할 때도 한 전 부총리가 많은 격려를 해주는 등 지금까지도 사제지간 정이 돈독하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 전 의원 주최 행사에 함께 했으며 참석하지 못할 경우 ‘영상 편지’를 보내 자리를 찾은 인사들이 조 전 의원과 한 전 부총리의 두터운 사제지간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은 부산 사상에 출마하는 정윤재 후보와 사하을에 출마하는 조경태 후보의 후원회장을 함께 맡았다. 조 후보측은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옮겨온 ‘친 노무현’ 부산 386 인사들을 위해 신상우 전 부의장이 물심양면으로 도와 왔다”고 밝힌다. 얼마 전 정윤재 후보측이 후원회를 개최하면서 ‘신상우 후원회장’ 명의로 된 초청장을 돌렸는데 이를 오해한 한 기자가 ‘신상우 전 부의장 부산 사상 지역 출마’란 기사를 보도해 신 전 부의장과 정 후보를 곤란케 만든 일도 있었다.
▲ 이기명씨, 이광재 | ||
윤 후보측은 “한 전 수석이 구리 지역에 식당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지역 출마를 준비하던 윤 후보가 직접 식당에 찾아가 인사를 드리면서 연을 맺었고 이후에도 자주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며 “(윤 후보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후원회장직을 부탁드렸고 윤 후보를 좋게 본 한 전 수석이 이를 수락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서울 관악갑에 출마하는 유기홍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청와대 정책기획실 시민사회국장으로 재직하던 유 후보가 2002년 대선 당시 개혁국민정당 창당과정에 참여하면서 ‘노사모’ 활동을 하던 문성근씨를 만나 지금까지 친분을 다져온 것이 인연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는 노 대통령 핵심측근인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의 후원회장을 맡아 ‘대를 이은 열렬한 후원자’란 평을 듣고 있다. 이 전 실장은 지난 3월 초 이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선생님께서는 저희들(노 대통령 386 측근들)을 만날 때마다 늘 겸손하라고 당부하셨다”면서 “지금 저희들을 마음 놓고 야단칠 수 있는 유일한 분”이라고 이씨를 평하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에선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의원이 정치신인의 후원회장을 맡아 주목을 받고 있다. 오 의원의 고려대 후배인 권영진 후보(서울 노원을)가 그 ‘수혜자’. 오 의원과 권 후보 두 사람은 당내 소장파 모임 미래연대 활동을 함께해왔으며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에는 이회창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함께 보좌하기도 했다. 대선 이후 두 사람은 이 전 총재 측근들이 중심이 된 연구모임 ‘자유를 위한 행동’ 멤버로 활동하며 정치 관련 연구를 함께하기도 했다.
과거 신당 창당 과정에서 연을 맺은 거물급 인사들이 이번 총선에서 출마자와 후원회장 관계로 다시 만난 경우도 있다. 서울 마포을에 민주당 후보로 도전하는 김중권 전 민주당 대표는 송자 전 교육부 장관을 후원회장으로 맞았다. 두 사람은 지난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과정에서 창당준비위 공동 부위원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바 있다. 16대 총선을 앞둔 시점인 지난 2000년 2월 민국당 창당 과정에서 창당준비위 위원장을 지냈던 조순 전 부총리는 민국당 창당준비위 부위원장이었던 장기표 녹색사민당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정치권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사들을 후원회장으로 맞은 경우도 있다. 영화 〈실미도〉 흥행 이후 유명해진 684부대 소대장 출신 김방일씨는 한나라당 윤의권 후보(청주 상당)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김씨가 윤 후보의 청주 세광고 13년 선배인 것이 계기가 됐다고.
서울 은평을에 출마하는 민주당 이성일 후보의 후원회장은 인기탤런트 차인표씨다. 두 사람은 충암고 재학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으며 집안끼리도 친분이 돈독하다고 한다. 미국 유학 시절 두 사람은 함께 같은 집에서 지내기도 했으며, 차인표씨 부친이 운영하는 회사가 중국 지사를 만들 당시 이 후보가 중국 주재원으로 나가 지사 설립에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단다. 최근까지도 이 후보와 차인표씨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나 소주잔을 기울일 정도로 우애가 돈독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