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빈 검찰총장 | ||
여기 그런 사람이 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힘을 가진 사람, 독립적인 수사권한을 갖는 1천5백명이 넘는 검사를 총지휘하는 콘트롤타워의 중심에 서 있는 김종빈 검찰총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은 검찰총장 하마평이 나오면서 세간에 회자되어 왔다. 그러나 그가 ‘고아’나 마찬가지인 10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춘기인 중학교 시절을 보육원에서 생활한 김 총장. 그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거슬러 올라갔다.
지난 3월 말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제34대 검찰총장의 자리에 오른 김종빈 검찰총장은 고 김태석씨의 4남 5녀 중 막내로 1947년 9월16일 전라남도 여수에서 태어났다. 50~60년대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그랬듯이 그가 나고 자란 가정도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불우했던 김 총장의 가정사는 지난 3월 말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청문위원들에게 제출한 김 총장의 초·중·고 생활기록부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학교 생활기록부 ‘보호자’란. 입학당시 작성된 생활기록부의 ‘보호자’란에 올라있는 이름은 부친인 김태석씨가 아닌 ‘박이래’씨다. 박씨는 전남 여수시 관문동에 위치한 모 보육원의 원장으로 되어 있다. 김 총장의 당시 주소도 보육원 주소와 같은 ‘전남 여수시 관문동 1086번지’. 중학교 시절 김 총장이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1학년 당시 담임선생이 적은 ‘의견’란에는 “여러 면으로 볼 때 모범생이나 보육원에 있기 때문에 약간 기가 없는 것 같으나 교과면이 탁월하게 좋으며 뛰어남”이라고 되어 있다. 또 2학년 때는 “침착하고 착실하며 통솔력이 있으며 매사 좋으나 환경이 좋지 못함”으로 적혀 있다. 김 총장의 암울했던 어린 시절을 조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총장의 어린 시절과 관련, 오랜 친구인 이관형 변호사는 이렇게 회상한다.
“김 총장은 자기 얘기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너무 어려웠던 시절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긴 하지만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더 말을 아끼곤 했다. 언젠가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옥수수와 감자얘기가 나오길래 내가 ‘어릴 때 너무 고생을 해서 이 음식만 봐도 어릴 때 생각이 나지 않느냐’고 했더니 (김 총장이) 웃으며 ‘그렇다’고 하더라.” 실제로 김 총장은 지금도 옥수수나 감자 같은 음식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변호사는 또 “여수에서 사업을 하는 형 이외에는 가족들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말로는 하지 못할 복잡한 가족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1974년 결혼한) 부인인 황인선씨가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는 집안의 딸인데 김 총장이 대학시절 가정교사를 했던 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귀띔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김아무개씨도 “동창이지만 존경스러운 분이다. 어려운 환경을 내색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회상하고 “형제들 간의 우애가 깊고 형제들도 동생이 검찰총장이라는 것을 전혀 티 내지 않는 생활을 하는 평범한 분들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친구와 고교 동창 사이인 그들 누구도 김 총장이 중학교 시절 보육원에서 생활해야 했을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김 총장의 가족사와 관련해서는 지난 3월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별다른 의혹은 제기되지 않았다. 일부 재산 관련 부분과 자녀들의 소득세 납부 여부, 소유하고 있는 5천만원 상당의 에쿠스 승용차가 잠시 구설수에 올랐지만 “검사장 승진과정에서 형님(옥빈)께서 할부금을 보조해 줘 현재 타고 다닌다”는 김 총장의 설명에 별다른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
당시 청문위원으로 참여한 한 야당 의원은 “몇 가지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청렴하게 공직을 수행해 온 분이라는 데에는 여야를 떠나 위원들 간에 이견이 없었다”며 “(보육원 등) 불우한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개인사에 관련된 것이고 검찰총장의 직무 수행과 관련이 없어 거론하지 않는 것으로 위원들 간에 의중이 모아졌었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검찰총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지난해 12월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장녀의 결혼식을 치르면서도 이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고 하객들로부터 부조금도 받지 않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고위공직자로서 워낙 신중한 처신을 보여 왔기에 업무 외적인 분야에서도 흠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말수가 적고 온화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강단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총장은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보안법 등에 대해서는 국회의 뜻에 따른다는 생각을 밝혀 공수처 설치를 추진중인 여당 위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