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상천 의원의 ‘철옹성’ 같던 이 지역에도 심상치 않은 지각 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차기 호남의 맹주’를 자처하면서 5선에 도전하는 박 의원에 맞서 출사표를 던진 열린우리당 신중식 전 국정홍보처장이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신 전 처장은 탄핵안 가결 이후 실시된 몇몇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박 의원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그룹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된 박주선 전 민주당 의원까지 출사표를 던져 3파전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6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무소속으로 옥중출마해서 반드시 명예 회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상천 의원은 “지역주민들은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보다 당의 내분 사태에 대해 더 우려했다”며 “중도개혁노선을 걷는 민주당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식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본선 승리를 자신했다. 박 의원에 맞서는 신중식 전 처장은 3공화국 시절 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한 신형식씨의 친동생으로 고흥 신씨 문중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처장은 “민주당은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단계에 있다”며 “주민들은 박 의원이 탄핵안을 가결시킨 한-민(한나라당-민주당) 공조의 원조라고 보고 있다”며 물갈이론을 내세웠다.
그런데 박 의원과 신 전 처장은 두 사람 모두 고흥 출신. 또 지난 16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2위를 차지했던 신금식 전 국민신당 부대변인 등 3명의 무소속 후보도 모두 고흥지역 토박이다. 이에 유일한 보성 출신 후보인 박주선 의원이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지역 정가의 시각이다.
전남 무안, 신안 - 민주 한화갑 우리 김성철
3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민주당 한화갑 의원과 금융전문가인 열린우리당 김성철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 지역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국 5대 격전지로 분류될 정도로 ‘혈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
한 의원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SK그룹으로부터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나, 민주당측의 실력저지로 영장집행이 무산된 바 있다. 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 출마를 검토했던 한 의원은 이로 인해 ‘귀향’했다.
한 의원측은 “민주당이 지역주민의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면은 있으나, 오히려 지역주민들이 ‘힘내시고 꿋꿋하게 나가시라’며 위로해주고 있다”면서 “화합의 정치인이자 지역발전의 ‘보증수표’인 한 의원이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의 아성에 도전하는 김성철 후보는 주택은행 노조위원장과 금융노련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2월 국민은행 부행장을 마지막으로 금융계를 떠나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김 후보는 “한 의원은 DJ의 후광으로 3선까지 왔지만, 탄핵 정국 이후 젊은 유권자들이 우리당으로 돌아서고 있다”면서 “주민들로부터 ‘한 의원이 중앙 정치에서 당 대표까지 올랐지만 지역구에는 너무 소홀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금융전문가로서 외국자본을 유치해 이 지역 관광상품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이인제,양승숙 | ||
거물급 정치인 이인제 자민련 의원과 정계에 첫 발을 내디딘 양승숙 열린우리당 후보의 ‘황산벌 전투’가 치열하다. 대선 후보까지 지낸 이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진 양 후보는 국내 ‘여성장군 1호’로 국군간호사관학교장을 마지막으로 예편했다.
이 의원의 ‘총선가도’에는 걸림돌이 놓여 있는 상태. 200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한나라당으로 2억5천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것. 이 의원은 “정치적 음모이며 보복”이라고 항변하면서 검찰 소환에 불응했지만 주변 여건은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지난 26일 이 의원의 전 공보특보였던 김윤수씨가 이에 연루된 사건 첫 공판에서 “2억5천만원이 든 상자를 이 의원 부인에게 전달했으며, 이틀 뒤 이 의원을 따로 만나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이 의원측은 이와 관련해 “김윤수 전 특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가 있으며 조만간 밝힐 것”이라며 재차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측은 또한 “지역주민들은 이번 일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양 후보를 겨냥해 “군 출신인 양 후보는 진보적 성향인 열린우리당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양 후보는 “(이 의원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 사건을) 듣긴 들었지만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양 후보는 “선거 때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현재 여론이 좋다고 해서 안주할 수는 없다”며 “운동화를 신고 하루에 2천 명은 족히 만나는 것 같다”면서 특유의 ‘군인정신’으로 지역민들을 위해 뛰겠다고 강조했다.
▲ 정우택, 김종률 | ||
3선에 도전하는 정우택 의원과 ‘정치 초년병’인 김종률 열린우리당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이 지역에서도 탄핵안 가결 이후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율이 상당히 높아져 정 의원을 긴장시키고 있다. 정 의원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우세하긴 하지만 지역에서 직접 피부로 느끼는 인물지지도는 정 의원이 높다”고 호언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이 ‘자민련도 앞으로 정 의원 같은 50대 초반의 젊은 사람이 이끌어가야 한다’는 덕담을 건넨다”며 “유권자들이 자민련의 차기 지도자감인 정 의원을 선택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20일 공천이 확정돼서 이 지역에 내려온 김 후보가 지역사정을 얼마나 알겠느냐”며 ‘준비 안된 후보’라고 김 후보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원 겸 단국대 법학부 교수인 김종률 후보는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에서 여러 차례 영입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하다가 민의를 짓밟는 대통령 탄핵안 가결 장면을 보면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민의가 살아있고,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는 “지역주민들은 자민련이 탄핵안 의결에 반대했다가 막판에 손바닥 뒤집듯 소신을 바꾼 것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역민심을 전했다.
정 의원과 김 후보는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관해 상반된 견해를 피력했다. 정 의원측은 “신행정수도가 이 지역과 직접 관련이 없어 큰 이슈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 반면 김 후보는 “신행정수도 이전문제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고 밝혔다.
애초 이 지역에선 김종호 자민련 비례대표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려고 했다가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에선 서울지하철공사 이사 출신인 오성섭 후보가 텃밭을 갈고 있으며, 열린우리당 공천 경쟁에서 밀린 당료출신의 권순각씨가 이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 한나라 김용학 우리 이광재
재선을 노리는 한나라당 김용학 의원에 맞서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맞붙는다. 김 의원은 영월 북면 출신으로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92년부터 영월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유치 특위간사였던 김 의원의 한 측근은 “김운용 IOC 부위원장(구속)이 강원도의 숙원사업이었던 2010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방해했던 것을 폭로한 이후 지역주민들의 인기가 상당히 높아졌다”며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다시 유치하려면 경험 있는 김 의원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정국 때문에 당 지지율이 열린우리당보다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박근혜 대표가 선출되면서 지역 여론이 좋아지고 있다”며 총선 승리를 낙관했다.
김 의원측은 또 “이 지역에 있는 강원랜드의 수익금을 지역주민에게 환원 투자해야 한다”며 “지난 2월 ‘폐광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제출만 한 채 마무리짓지 못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다시 한번 김 의원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광재 전 실장측은 “지역 주민들은 이 전 실장이 대통령 측근으로 힘 있는 후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대하는 편이다”이라고 말했다. 특히 폐광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남달리 크다고 전했다. 이 전 실장은 강원랜드의 수익금 가운데 관광진흥기금 명목으로 지출되는 연간 6백70억원을 줄여 지역경제에 환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이 전 실장은 주로 재래시장과 5일장을 돌며 표밭을 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