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의 업적을 쌓은 홍 감독은 이듬해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는 U-21 대표팀을 이끌고 동메달을 따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풍부한 대표팀 경험과 선수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의 기적을 일궜다. 그러나 그의 ‘기적’은 런던올림픽이 마지막이었다. 홍 감독의 선배이자 축구 지도자 C 씨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곁들였다.
“이번 대표팀에서 편견이나 위화감은 홍 감독 스스로 만든 거나 마찬가지다. 그동안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아드보카드 감독, 핌 베어벡 감독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 밑에서 선수 생활을 했거나 코치 생활을 했던 그였기 때문에 국민들의 기대가 자못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선 홍 감독의 이력과 경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가 단 하나도 없었다. 홍 감독처럼 엘리트 코스만 거친 지도자도 드물다. 어느 누가 히딩크, 아드보카드 등 명장들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을 수 있겠나. 그는 선수 시절은 물론, 월드컵대표팀 사령탑에 오르기 전까지 승승장구했다. 고난과 역경을 겪어본 사람은 그걸 헤쳐나오는 방법도 안다. 홍 감독은 실패를 해본 경험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했고, 실패하지 않으려고 자신이 믿고 아끼는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한 것이다. 결론은 실패다. 그렇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도 자존심 강한 사람이라 지금과 같은 여론에선 더 이상 대표팀 감독직에 미련이 없을 수도 있다. 문제는 협회의 태도다. 협회가 다음 카드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가 홍 감독의 거취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도자 C 씨는 대표팀을 이끌 차기 감독으로 외국인 감독을 추천했다. 그가 외국인 감독을 거론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허정무 감독이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한 이후 대표팀은 조광래, 최강희, 홍명보 감독까지 계속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나오는 레퍼토리들이 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잡음, 마녀 사냥식의 여론몰이, 축구협회의 지나친 간섭 등 소신 있게, 자기 주관대로 선수단 운영을 하기가 어려운 환경들이었다. ‘인맥축구’ ‘의리축구’란 말이 왜 나오겠나. 이제 대표팀 감독은 다시 외국인 감독으로 시선을 향해야 한다.”
한편 축구계에선 벌써부터 차기 감독 후보군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홍 감독이 거취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라 다소 앞서 나간 화두일 수도 있겠지만, 한 에이전트는 “알제리전 이후부터 축구 에이전트들이 바빠졌다. 저마다 유럽이나 남미 쪽 축구관계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대표팀 감독 후보군들을 찾아보고 있다. 축구협회에서 공식 발표가 나면 각 에이전트들마다 자신들이 알아본 감독 후보들을 협회에 제시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축구계에선 홍 감독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