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가 해체되기 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에는 인사, 홍보, 재경, 노무, 비서 등의 부서가 있었고 1백50명 정도가 근무했었다. 다른 그룹의 구조본 기능이 이곳에 있었던 것. 대우 기조실 출신들은 현재 은퇴했거나 대우 관련 회사에 몸담고 있거나 홍보회사, 정치권 등 곳곳에 포진해 있다.
대우 기조실 출신의 한 인사는 기조실 출신들이 일년에 두 번 정도 모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모임의 중심축은 대우재단의 김욱한 이사장과 백기승 유진기업 전무.
김 이사장은 기자 출신으로 지난 76년 대우에 입사해 대우기전 사장을 거쳐 대우 그룹 회장비서실 사장을 지냈다. 99년부터 대우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대우 회장실 출신들의 좌장격이다.
대우가 해체되기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까지 지낸 백기승 전무는 홍보맨으로 30대 중반에 이사로 승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우 해체 이후 지난 2000년 김우중 회장을 옹호하는 <신화는 만들 수 있어도 역사는 바꿀 수 없다>는 제목의 책을 내는 등 해체 이후에도 김 전 회장의 최측근임을 자임하고 있다.
그는 코콤포터노밸리라는 홍보 회사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6월 유진기업의 홍보 임원으로 들어갔다. 백 전무와 유진기업의 오너인 유경선 회장은 같은 연세대 출신으로 유 회장은 백 전무의 김 회장 관련 외부 활동에 대해 ‘일정 수준’ 양해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도 대우그룹 회장 비서실 출신들이 활약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한구 의원도 재무부 이재과장을 거쳐 대우 회장비서실 상무로 입사해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냈다.
열린우리당쪽에도 두 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기도 광주에 출마했던 이종상 국회의장 정책특보는 대우에서 회장실 언론팀장을 거쳐 대우 해체 전 정계로 전직해, DJ시절 대통령 비서실 정책기획국장을 지냈다. 재미있는 점은 현재 대통령 연설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는 강원국 비서관도 대우증권 홍보팀장을 거쳐 대우 회장실에 근무한 기조실 인맥이라는 점이다. DJ시절 대통령 연설문 작업을 맡아했던 이 특보가 노무현 정부의 연설문 작성자로 동갑내기이지만 직장 후배인 강 비서관을 추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대에 걸쳐 청와대의 연설문을 대우 출신이 도맡고 있는 셈이다.
대우 기획조정실의 홍보팀 출신들도 백기승 전무를 비롯해 대우 바깥으로 퍼져나갔다.
운동권 출신으로 83년부터 99년까지 대우 기조실에 근무했던 박재석씨는 지난해 통일중공업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된 뒤 올해 대표이사 부사장이 됐다.
언론홍보를 맡았던 이들은 지금도 대부분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심준형씨는 홍보회사를 운영하다 대학신문사 사장을 맡고 있고, 윤기연씨는 다원C&T라는 홍보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물론 SK나 팬택, 뉴코아, 이랜드 등 대우 출신 홍보맨들이 임직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기업은 많다.
재미있는 점은 김우중 전 회장의 수행비서 출신들의 근황.
경기고-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지난 84년 대우 기조실에 입사한 이동호(48) 대우자동차판매 사장은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를 했다. 그러다 91년 대우자동차로 적을 옮긴 경우. 그는 지난 2000년 대우자동차판매의 사장에 올랐다.
대우자동차판매는 GM대우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지만 지분관계는 전혀 없다. 대우차판의 지분은 아주산업이라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대우차판이 지배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광고회사 코래드의 대표이사도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출신인 이영현 사장(45)이 맡고 있는 점이다. 이 사장은 서울대를 나와 87년부터 98년까지 회장 비서실에서 일했다. 이후 2000년까지 대우자동차 미주법인에서 일하다가 김 전 회장의 사돈그룹인 이수그룹에서 3년 정도 일하다가 2003년 코래드로 옮긴 뒤 올해 초 사장 자리에 올랐다.
애초 해태그룹 계열사였던 코래드는 해태 부도 뒤 사실상 대우 계열사로 인식됐었다. 때문에 대우가 부도나는 와중에도 대우자동차판매가 지분 47%에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주주로 등장했던 것. 때문에 대우차판의 대주주가 아주산업으로 바뀌었음에도 대우차판이나 코래드의 소유권 실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대우 관련사들의 복잡한 이면 소유관계는 하이마트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에서도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또 대우그룹의 과거 계열사에서도 여전히 ‘김우중 전 회장의 의중’을 존중하는 인사가 행해지고 있다는 후문이 들리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김우중 전 회장의 지근거리에서 그를 보좌했던 기조실 출신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김 전 회장의 귀국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귀국과 함께 대우그룹 출신 인사들의 재결집이 이뤄질지, 대우그룹 재건이라는 ‘김우중 회장의 꿈’이 현실화될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